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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기차이야기..1
 박근하 기자 (발행일: 2007/06/30 23:46:23)


인도를 오래 여행한 것은 아니었지만 돈 없는 배낭족 여행이란건 몇주만 달려도 몇 년을 여행한것처럼 몸과 마음이 함께 지치기 마련이었다. 더러운 숙박시설과 이유없이 달라붙는 인도인들... 인도 여행을 시작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모든 것이 지긋지긋해져 있었다.

시간과 숙박비를 아끼면서 좀 쉬겠다는 생각으로 2등석 기차 위층 침대칸을 끊었다. 아래층 침대칸에 비하여 먼지도 심각하고 이동에 불편한 점도 많았었지만 사람 머리높이에 있는 침대칸인 만큼 프라이버시를 침해받지 않을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도여행은 언제나 여행객의 생각과는 다른곳에 있다. 맞은편 아래 침대칸에 앉아 있는 인도인 아저씨.. 내게 눈을 떼지 않으리라 아예 작정을 한 듯 보였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이겠지만 인도 여행은 이럴 때 참 난처해진다. 시커멓고 왜소한 체격에 더러운 양복바지, 구멍 뽕뽕 뚫린 메리야스.. 내게 고정되어 있는 그의 눈동자는 노란 황달기가 보였고, 그가 만약 입을 연다면 노랗게 닳은 이빨에서 심각한 악취가 풍길것이라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가 있었다.

이 정도의 곤란함은 무시할만한 여행 내공이 쌓일 때도 된 것 같은데...그래도 심한 마음의 부담감이 밀려온다. 저녁 7시..아직은 이른 시간.. 하지만 그의 강렬한 눈빛에 완전히 항복해버린 나는 저녁식사도 포기 한 채 일찌감치 등을 돌리고 잠을 자기로 했다. 솔직히 잠은 안 온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그가 나를 올려보며 앉아 있다. 어떻게하든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나는 미소를 지어보이기까지 하였었지만 그는 표정도 변하지 않은 채 여전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나는 몇 번이나 신음소리를 내며 뒤척였다. 억지로 잠을 자려 하니 머리가 아플 수 밖에.. 그래도 어느덧 꿈속으로 들어왔다. 꿈속에서 누군가의 화난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그리고 누군가의 울먹이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Excuse me Madam. (실례합니다 마담!)
차장이 침대를 흔들어 나를 깨웠다..
에이씨.. 겨우 잠이 들었었는데.. 약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뒤돌아 보는 내게 차장은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지갑이었다.
Yes, this is mine. (예, 제것이 맞는데요.)

대략 스토리는 그렇다.

내가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사이 가방안에서 지갑이 침대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그는 내 지갑을 주어 들었고 고민을 했다. 만약 지갑을 다시 침대 위에 올려 놓는다면 지갑은 다시 떨어질 것이고 누군가가 주어 갈 것이다. 만약 나를 깨운다면 아까 겨우 잠이 들었는데 마담은 다시 잠드는데 상당히 괴로워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내가 일어날때까지 지갑을 들고 기다리기로 했다. 기차는 오래전에 그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고 표 검사를 하시던 차장 아저씨... 화가 잔뜩 나신듯...

차장 아저씨는 지갑 안에서 없어진 것은 없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사실 확인할 것도 없었다. 이것은 그냥 군것질용 간이지갑.. 겨우 70Rs (우리돈2000원) 정도가 들어있었을 뿐.. 그리고 기차안에 있는 인도인들에게 있어서도 70Rs는 그리 큰돈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없어진 돈이 없다는 대답에 차장 아저씨는 흡족하셨나 보다. 여전히 화를 내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그를 대하는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리고 예상한 만큼의 노란 이빨로 악취를 풍기며 활짝웃는 그에게 잠을 덜깬 표정으로 Thank you, Thank you (감사합니다)를 연발해야만 했던 나... 솔직한 본심이 그랬다.

“이 아저씨.. 웬만하면 나 좀 냅두고 지갑 들고 튀어도 됐는데..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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