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인가 70년대인가 그즈음에 <풋내기들>이란 라디오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 주제가를 생각나는 대로 읊어보면 대강 이렇다. “생긴 대로 하고 다녀. 구두대신 운동화 신고 뛰어서 다닌다. 잘난데도 못난데도 없는 우린 풋내기들...”

사람의 본질은 잘 변하지 않는데, 겉모습은 참으로 변하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워낙 성형술이 발달한데다가 화장술이 발달하여 그 본바닥을 알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본판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없는 사람들이 워낙 늘어나다 보니 겉모습이 잘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곱게 보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도에 지나친 겉모습의 변형은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을 수가 있으니, 적어도 원판 보존의 법칙이 아닌 원칙은 지켜주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우가 아닐까.

어떤 총각이 미인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런데 연애시절에는 어디를 보아도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미인이었는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까 아내의 코가 낮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그는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아름답고 높은 코를 가진 여자를 보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저 여자의 코라면 내 아내에게 매우 어울릴 것 같아. 저 코를 베어다가 아내에게 붙여 주어야지.”
이렇게 마음먹은 그는 지나가던 여자의 코를 잽싸게 베어가지고 집으로 와 아내를 불렀다.
“어서 나와 보오. 당신에게 좋은 코를 붙여 줄 테니.”

아무런 영문을 모르고 아내는 부르는 소리에 급히 뛰어나왔다. 그러자 그는 얼른 아내의 코를 싹둑 베고 말았다. 그리고는 그 벤 자리에 자기가 잘라온 예쁜 코를 아내의 그 빈자리에 붙이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코가 붙여지지 않았다. 결국 아내는 코를 잘리고 고통만 당하고 말았다.

사랑은 때로 어리석은 일을 저지를 수 있다. 특히나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사랑은 그 본질인 진실을 잃는 아픔을 감내할 수도 있으니, 무엇보다 진실한 사랑을 간직하려 노력해야만 한다. 외모에 만족하는 사랑은 언젠가 쉽게 실망하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아무리 성형술이 뛰어나고, 화장술이 뛰어난 현대라 할지라도 세월이라는 기술에는 당할 수가 없다. 세월은 그 뛰어난 성형술을 벗겨내고, 화장술을 벗겨내어 결국 나중에는 본판보다 더 흉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외모의 아름다움은 세월이라는 것에 습격을 받아 추하게 될 수밖에 없지만, 마음의 아름다움은 자신이 어떻게 가꾸어가느냐에 따라 그 아름다움의 깊이를 얼마든 연장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의 기술은 포장을 하는 기술이 아니라 내면을 다듬는 기술이어야 한다.*

▣ 칼럼니스트 문필가 최 복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