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내 지하도상가 상인들이 지상으로 뛰쳐나와 집회하는 모습

5월 23일자 중앙일보 오피니언 칼럼에 김기호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쓴 '걷고 싶어도 횡단보도가 없어서…'라는 글이 게재되었다. 아마 중앙일보가 최근에 회사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국민 워크홀릭(walkholic) 행사로서 걷기운동을 예찬하기 위해 관련 시민단체나 도시공학을 전공하는 교수의 글을 의도적으로 주문하여 기사화한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 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 걷기 운동을 위한 TFT를 구성해'라는 제하의 글을 쓰면서 오세훈 시장이 "시민들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 걷기를 서울시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사업을 펼쳐 나가겠다"는 내용에 대해 우려섞인 발언으로 비판을 가한 적이 있다. 그런데 김기호 교수는 걷기운동의 확산을 웰빙 바람과 함께 예찬하면서 걷기운동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아픔을 외면하는 내용으로 글을 게재하였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은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따라서 김교수의 말과 같이 별도로 여가 걷기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출·퇴근이나 낮시간 업무를 위한 걷기 등이 유일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웰빙의 기회와 수단이라고 판단하는 김 교수의 인식에 대해 별로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김교수의 글을 읽게되면 지하철 역이나 지하도의 지상에 횡단보도 설치를 주장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걷기에 대해 웰빙이라는 거창한 용어를 접목시키면서 지상의 모든 도로에 무분별한 횡단보도의 설치를 주장하는 것처럼 들리는 김교수의 주장은 도시공학을 전공한 학자의 글이라고 하기에는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 하겠다. 차라리 시민단체의 주장으로 들리고 있다.

또한 김교수는 지난 몇년간 서울시청 앞이나 광화문 네거리 등 도심의 많은 네거리가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그리고 서울시 행정의 능동적 대처로 많은 횡단보도가 설치되면서 오랜 악몽에서 깨어나 즐거운 웰빙 걷기가 이루어졌다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전 시장이 재임하는 기간, 서울시의 교통행정을 추진하면서 버스 중앙차선의 신설과 많은 횡단보도가 설치되었다.

김교수는 서울 도심을 벗어난 큰 네거리의 지하철 역 인근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은 사당역과 양재역 등 특정 지역을 문제삼으며 횡단보도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의 이론으로 자동차 소통에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사실을 인용하는 것은 학자라기 보다는 일반인의 사고와 전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가뜩이나 혼잡한 서울시내 도시교통의 원할한 소통을 전혀 외면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보행자의 편의를 위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시설 미흡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대안으로 횡단보도 설치를 주장하고 있는 김교수의 발언에서 중요한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시는 노약자와 장애인의 지하철 출입을 위해 좁은 인도를 침범하면서 까지 엘리베이터 시설을 전 지하철 역에 의무적으로 설치한 상태이다.

그런데 또다시 그 시설의 사용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에서 지적하는 '지하도 입구에서 200미터 이내에 횡단보도 설치 금지' 조항을 무색하게 하는 발언을 도시공학자인 김교수가 주장하고 있음은 문제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발언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며 실제로 서울시청 앞 지하도상가 입구에 횡단보도가 설치된 전례가 있음이다. 법을 초월하는 학자와 시민단체 압력에 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김교수는 현재 서울시립대 도시공학을 전공하는 교수이면서 시민단체인 (사)걷고 싶은 도시연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의 도시 행정이나 서울시의 모든 정책을 좌우하는 시정개발연구원에도 자연히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위치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립대는 서울시가 설립한 대학이고 관련 회의나 세미나 혹은 워크숍이 수없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교수의 걷기 예찬론을 부정하지는 않으나, 걷기를 주장하는 것이 서울시 교통행정 비판과 함께 지하도상가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영세상인들의 생계에 곤란을 주는 내용으로 확대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뜻이다. 김교수와 같이 웰빙과 걷기를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으로 인해 지하도상가의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사리 하루를 영위하며 지상의 횡단보도 설치에 따른 매출 감소로 고심하는 그늘진 부분이 가려져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영등포역 앞에 위치한 역전 지하도상가가 작년에 설치된 횡단보도로 인해 매출의 70% 이상 급감하면서 영세상인들은 경제불황과 매출 감소로 인해 매우 힘든 생활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교수가 도시 공학적 측면에서 주장하고 다루어야 하는 부분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할 지라도 도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상인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오세훈 시장의 걷기운동을 위한 TFT 발상에 대해 필자는 지적하게 되었던 것이다.
(뉴스프리즘, 정인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