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아프리크(리비아), 이집트 항공사 모두 문제가 없었는데 왜 유독 말레이사아 항공사에서는 문제가 된다는거죠?”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탑승.. 나는 게이트에서 강하게 툴툴대고 있었다.
문제는 내 석자루의 검이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얻은 17Cm정도의 날이 선 두자루의 단검과 30Cm가 넘는 한자루의 장검. 비행기에 탑승 할때마다 번번이 걸렸었지만 기내 반입이 아닌 짐칸으로 운송한다느 조건으로 이제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던 검들이었다.
하지만 에어 말레이시아항공사에서는 강력하게 규정을 내세웠다. 짐칸으로 부치되 랩으로 싸고 위험 표시 딱지를 붙여야 한다는것. 대략 16EURO 정도가 생돈으로 날라갈 판이었다. 직원들은 항공사 규정이 그러하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일단 인천 공항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한국 규정을 따르게 되는데 그전에는 규정대로 짐을 운반해야 해야한다는 것. 하지만 나는 이집트에서 말레이시아까지도 말레이시아 항공사를 이용했었고 그때도 짐칸으로 부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어찌 생각해보면 규정대로 포장하는데 그냥 16EURO만 내면 된다는 소리다. 하지만 알바해서 여행다니는 대딩에게 우리돈 2만원이 어디 작은돈이던가. 적어도 말레이시아의 마지막날 밤 공항으로 가는 전철을 타러가는 중 길에서 팔던 우리돈 3000원짜리 젤리를 돈이 아까워 군침만 흘렸던 가난한 배낭족이란 말이다.
아니.. 그래도 이번 여행은 덜 굶었었지. 인도에서 돌아올 때는 태국에서 마지막날 점심 저녁 모두 굶었었던 기억이 있다. 단돈 일 이천원이 없어서..
배낭여행의 매력은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것이라고도 생각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부자로 오인받아 생기는 터무니없는 바가지 요금이나 각 동네의 독자적인(?) 정책으로 계획이 틀어질 때는 이만저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 항공사.. 왜 또 너만 틀린 거냐고~? 나는 계속 쨍알 거렸다. 하지만 규정이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내가 따라야지. 그래도 교육받은 엘리트들이라 그런지 쨍알거리는 내게 직원들은 싫은 내색 하나없이 친절하다. 나는 비상금을 꺼내어 환전한 다음에 그들이 안내해 준대로 위험표시 포장을 한 다음 다시 체크인 카운터로 돌아갔다.
“Do you want window seat?” (창가석으로 드릴까요?) 카운터 승무원의 친절한 질문에 나는 뒤틀린 심사를 풀기로 했다. “비흡연석, 창가로 주시고요, 멋진 남자 옆자리로 주세요. 만약 멋진 남자가 없으면 누워서 잘 수 있도록 그냥 비워주세요.” 내가 요구하고서도 이게 가능한 요구인지 모르겠다. 몰라.. 나 삐졌어~
그런데 승무원은 내 요구가 재미있었나보다. 웃음을 참는 표정으로 남친 없냐고 물어보더니 친절하게 내 옆자리 정보검색부터 시작한다. 지금은 비어있다는데.. 멋진 남자가 앉게 도와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접대용 멘트까지 날려준다.
음... 농담이었었는데.. 생각해보니 말레이시아에서 한국까지의 긴긴밤..? 옆자리에 멋진 남정네가 앉아 준다면야 16EURO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후후후.. 내 억지인줄 알면서도 한동안 카운터에서 툴툴거린 보람이 있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생각보다 비행기 안에 승객이 적다. 이렇게 되면 카운터에서 내 옆자리를 준다한들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면 편안한 빈 좌석으로 가버릴 가능성이 높겠군.
어느덧 비행기에서는 이륙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놈의 옆자리에는 아무도 없다.
비행기가 뜨고 나서야 역시 내가 세상을 순진하게 산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카운터 승무원 서비스 차원에서 접대용 멘트를 날렸건만 난 또 순진하게 믿고 있었군.
쳇. 기내식이 나올때까지 한숨 자야겠다. 한참 자고 있으니 불이 켜지며 기내식이 나온다. 솔직히 말한다면 난 비행기 기내식이 참 싫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움직이질 않으니 화장실도 못가고 배만 더부룩하다. 가끔은 내가 고기용 돼지로 사육되고 있다는 상상이 들 때도 있다.
어쨌든 비행시간을 보니 대략 두 끼만 먹어주면 한국에 도착할것 같다. 먹고 나서 한숨 잘 생각으로 적당히 먹고 와인을 마셨다. 먹고 소화시킬 겸 화장실 가는 척 기내를 걷다보니 카운터 승무원 아가씨 입장이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니까 승무원 아가씨는 단순히 접대용 멘트를 날린 건 아니었다. 아니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니었을 것 같다. 그녀도 내게 멋진 남자를 보내주고 싶어 했는데 비행기 안 승객들의 상태를 보니 보내줄만한 남자가 없다. ...그날 밤 내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옆자리를 비워준 말레이시아 카운터 승무원에게 감사를 드린다.
말레이시아에 있을 때 어느 영어잡지에서 말레이시아 항공사를 비난하는 논평을 읽었던 것 같다. 같은 규모의 타 항공사에 비해서 승무원수가 많아 인건비가 많이 나간다고 했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휴양지 콴탄에서 머물렀던 3일. 날마다 나를 자신의 오토바이로 이곳저곳 직접 데려다 주었던 내 친구는 내게 물었었다. 말레이시아 또 올 거냐고. 나는 말레이시아가 목적인 여행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세계 많은 나라를 둘러볼 생각이고 아마도 말레이시아 항공사를 이용하면서 스탑오버를 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했다.
내가 탔던 몇 저가 항공사 중에서 말레이시아 항공사가 서비스가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고급 여행사처럼 친절 멘트만으로 무장되어있지도 않고, 타 저가 항공사처럼 바쁜 업무시간에 승객들에게 업무적인 대답만을 하지도 않는다고 대답했었다. 우리 옆 테이블에서 이야기을 듣고 있던 한 아저씨는 기분이 좋았는지 주인에게 나를 위한 오렌지주스를 주문하더니 고맙다는 인사도 하셨다.
타 항공사에 비해 승무원의 업무가 한가해서인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바쁜 업무시간에 내 억지 불평과 농담에 가까운 좌석요구에 응해주었던 카운터 승무원의 여유는 말레이사아 항공사의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기회가 생긴다면 나 또 말레이시아 항공사 타야지~
인천공항. 결국 내 세자루의 검들은 공항에서 압류 당했다. 반입금지인것은 알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방법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수입업체에 가서 도검소지 허가서를 받아오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도검수입업체 쥔장의 한마디~ "한 천만원쯤 하는 검인가요? 단검은 자루당 30만원, 장검은 40만원주시면 됩니다."
...어이가 없으나 방법도 없다. 사하라 사막을 나와함께 누비고 공항마다 귀찮음을 수반해주었던 내 검들은 국고에 환수되어 석달 후 경매에 부쳐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법상 아예 반입이 안 된다면 이해하겠는데 100만원만 주면 그냥 허가서가 나온다는 것이 웃기고 내가 안 찾아가면 같은 한국의 누군가에게 경매 부쳐 판다는 것도 웃기다.
분명 내가 모르는 복잡한 절차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 규정이 어떻든간에 민간인들 눈에는 결과만 보이기 마련이다. 쳇.. 외국만 그런 줄 알았었는데 한국도 나를 돈 많은 봉으로 아는 데는 변함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