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새누리, ‘모바일 투표’라니...
-SPn 서울포스트, 고하승 논설가
새누리당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월9일 전당대회에서 모바일을 이용한 사전투표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는 황당한 소리가 들린다.
전당대회 닷새 전인 8월4일부터 이틀간 실시되는 모바일 사전투표를 시작으로, 7일 투표소 현장 투표와 9일 대의원 투표로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바일 사전투표’방안은 이미 지난 23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1분과(정치담당)를 통과했으며 조만간 혁신비대위 전체회의에 부쳐진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모바일 사전투표제를 도입해야 젊은 층의 투표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게 명분이다.
정말 정신 나간 사람들이다.
모바일투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최초로 도입됐으나, 공정성 시비와 함께 민주주의 원리라는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에 따라 용도폐기 시킨 지 오래다.
당시 손학규·정세균 후보가 모바일 투표 시스템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경선 일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었다. 투표율 너무 낮고, 무효표 없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모바일투표는 심각한 여론왜곡현상을 초래했다.
실제로 당시 당 대의원 투표에서는 손학규 후보가 35.1%의 압도적 득표율로 선두를 달렸다. 2위인 문재인 후보와는 무려 10%이상 크게 차이가 났다. 적극 투표 층이나 모바일 비이용자로 추정되는 투표소 투표에서도 28.7%로 선두였다. 그런데도 그는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다. 모바일투표에서 문재인 후보가 47.8%를 득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손 후보는 ‘당심(黨心) 후보’이고 문 후보는 '모바일심(心) 후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기도 했었다.
사실 모바일 투표는 지인들의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로 1인1표 이상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통/평등선거 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대신 투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선거 원칙에 위반된다. 또한 일상공간에서 노출된 상황에서 투표를 하기 때문에 비밀투표의 원칙까지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
헌재 판결에 의해 해체된 통합진보당이 모바일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가짜 명부를 이용해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전화번호로 투표를 한 사실이 드러난바 있다.
문제는 그뿐만 아니다. 모바일 투표를 실시할 경우, 정보통신기술(IT)에 접근하기 어려운 50대~60대 이상의 장년층과 노년층의 투표를 사실상 배제한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특히 모바일투표는 ‘역선택’의 우려가 있다.
민주통합당 경선 당시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표의 확정성이 큰 손학규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즉 문재인 후보가 야당 대선후보로 선출돼야만 박근혜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지닌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로 가장해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다면, 그 표가 어디로 갈지는 불 보듯 빤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표 덕택으로 당시 문재인 후보가 야당 경선 승리했지만 그로인해 박근혜 후보에게 패하는 예상했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모바일 투표가 바람직한 경선방안이라면, 당연히 세계 각국에서 실시할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세계적으로 이런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 단 한 곳도 없다고 한다. 과거 스위스가 한차례 실시한 일은 있지만 지금은 각종 문제로 인해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문제가 많은 제도다.
그런데 느닷없이 새누리당에서 모바일 투표 도입을 논의하겠다니 얼마나 황당한 노릇인가.
대체 이런 멍청한 제안을 한 사람이 누구냐. 그리고 이런 제안을 별다른 고민 없이 통과시킨 혁신비대위 1분과 소속 위원들은 누구냐. 이런 일의 재발을 방지하기위해서라도 그들의 실명을 공개해 국민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모쪼록 새누리당 혁신비대위 전체회의에서는 이런 황당한 방안을 백지화 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 아울러 차제에 공직후보선출시 역선택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폐지하는 문제까지 심도 있게 논의해 주기 바란다. 더구나 여론조사 결과가 현실과 맞지 않는 다는 건 이번 총선에서 명백하게 입증된 마당 아닌가.
▣ 논설가, 시민일보 편집국장
(고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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