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안철수 “도와 달라”...손학규 “고생 많다”
-SPn 서울포스트, 고하승 논설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최근 떨어지는 정당 지지율을 의식한 듯,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를 만나 간절히 도와달라는 요청을 건넸다.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맏사위상'을 당한 손학규 전 대표를 찾아 조문했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안 대표는 지난 27일,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과 박인복 비서실장, 김경록 대변인과 함께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손 전 고문의 사위 빈소를 찾았다. 이상돈 선대위원장은 이미 와 있었다.
이들은 조문 후 손 전 고문과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손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안 대표에게 "고생이 많을 텐데 얼굴이 좋다"고 덕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안 대표는 “속이 까맣게 타는데 (얼굴이 좋다고) 사람들이 오해를 하니 억울한 점도 있다”며 “제3당을 한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정말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적 실용주의 정신'으로 정치판을 새로 짤 수 있다고 했던 손 전 대표의 말이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손 전 대표는 사실상 ‘정치 새 판짜기’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작과 비평’창간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다산 정약용이 강진 초당에 머물며 (실천했던) 실사구시의 진보적 실용주의 정신이 필요하다”며 “이때 우리는 비로소 정치의 판을 새롭게 짤 수 있고, 우리는 비로소 평화로운 국가연합을 이루고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손 전 대표는 “독자가 없는 문학이 존재할 수 없듯이 국민이 없는 정치는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귀국하면서 새 판짜기를 언급한 뒤 두 번째다.
당시 손 전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경제적, 외교·안보적인총체적 난국 속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보이려고 하면 국민이 뭔가 좀 새로운 걸 보고자 할 텐데, 그러려면 정말 뉴 다이내믹스라고 그럴까…정치에 새로운 역동성이 필요하다”며 “정말 새 판을 짜서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우물에 빠진 정치에서 헤어날 수 있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었다.
이어 그는 “우리 정치 현실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우물에 빠진 정치와 같아서 미래를 볼 수 없는 답답함이 있다”며 “이런 정치현실 속에서 과연 총선에 어느 당이 승리를 하고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국민이 어떻게 제대로 관심을 갖겠느냐”고 한탄했었다.
그리고 채 한 달도 안 돼 다시 정치권의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러자 정치권 일각에선 손 전 대표가 정계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채 새 정치를 표방한 안 의원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 대표의 발언은 바로 이런 관측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안 대표의 이런 발언에 아무런 말없이 그저 미소만 지었을 뿐이다.
또 손 전 대표가 빈소 정문까지 안 대표를 배웅했고, 안 대표가 거듭 “도와 달라”고 요청했으나 손 전 대표는 “고생 많다”면서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사실 손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현실 정치와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다.
설 연휴 기간에도 단 이틀만 서울에 머물다가 다시 강진으로 내려가 버릴 만큼 그의 심지가 굳다.
그럼, 손 전 대표는 왜 이처럼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일까?
국민이 없는 정치는 존재할 수 없는데, 새누리당은 물론 더민주와 국민의당 역시 국민이 없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사실 더민주나 국민의당이 국민 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한 손 전 대표가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손 전 대표를 향해 구애의 손짓을 하기 전에 먼저 그의 뜻을 헤아리고 국민과 민생을 우선 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안 대표가 “도와 달라”고 두 손을 꼭 잡는데도 “고생 많다”고 밖에 말할 수밖에 없는 손 전 대표의 심정이 지금 국민의 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안타까운 심정일지도 모른다.
손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그렇게(새정치) 하겠다는데 다당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글쎄요”라고 답변했다. 마찬가지로 국민들 역시 호남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국민의당의 ‘새정치’에 “글쎄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논설가, 시민일보 편집국장
(고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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