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이 복잡하고 문제는 많다. 국가경쟁력순위 하락, 10년째 국민소득 1만 불 대 고착, 양극화 심화, 살인적인 과외비와 집값 부담, 후진적 노사관계, 복지비전의 혼란, 자본과 공장에 이은 30,40대 노동력의 해외이주, 청년실업난, FTA 공방,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우경화, 북한의 경제난과 핵문제,.... 개인이나 국가나 갈 길이 잘 안 보인다.
현실이 실타래처럼 복잡할수록 큰 흐름의 뿌리를 읽어야 한다. 결국 이 시대의 핵심화두는 어떻게 개인이 주체적으로 세계화할 것인가이다. 세계는 이미 평평한 하나의 경기장이 되었다. 승패는 지식과 정보, 속도로 결정된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개인경쟁력이다. 세계를 상대로 헤쳐 나갈 수 있는 개인을 많이 가진 국가와 민족이 승리한다. 국가의 핵심과제는 인재양성이다. 복지의 핵심도 교육복지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질능력을 키워주되, 그 습득비용을 줄여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복지다. 대한민국에게 이런 시대흐름은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이다. 주변강대국들에 짓눌릴 수도 있고 활용할 수도 있으며, 인재와 머리 이외에는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당이 정권을 잡고, 누가 대통령이 되건, 대한민국 국민의 주체적 세계화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실마리가 하나 있다. 바로 영어와 한자, 국사의 3대 교육 컨텐츠 혁신이다.
2.
첫째, 세계화시대의 기본무기인 영어교육은 국가가 해결해주어야 한다. 영어의 의무교육이다. 싱가포르, 아일랜드, 네덜란드, 인도의 국가경쟁력에는 영어능력의 비교우위가 플러스알파이다. 영어능력과 영어사교육비의 차이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요인의 하나이다. 대한민국 영어공교육은 실패했다. 고등학교를 나오면 회화가 되고, 대학교를 나오면 토플점수도 어느 수준까지 나오도록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 영어를 한국어와 함께 국가 공식 언어로 하자는 영어공용화는 불필요하다. 실제로 잘 할 수 있게만 해주면 된다. 논쟁이 아니라 실사구시가 필요하다. 교과서와 수업방법의 혁신, 영어교사의 자격기준 강화, 영어교사직 개방, 원어민 교사와 회화가능 교사의 증원, 교사해외연수 강화, 토플형 종합영어능력시험도입, 값싸고 질 좋은 영어마을의 활성화, TV캡션(자막)프로그램 확대, 대학영어수업의 영어진행, 사회교육기관의 무료영어수업확대 등 국가가 쓸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다 써서 학생과 성인의 영어교육을 돕고, 엄청난 영어사교육비부담을 없애주어야 한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내가 각 당의 시도지사 후보 가운데 제일 먼저 영어캠프 설립을 내세웠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둘째,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광요의 영어공용화 정책은 싱가포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결정적 자산이 되었다. 그 이광요가 이제는 중국어 교육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싱가포르보다 앞서가야 한다. 중국의 성장과 일본의 회복은 또 하나의 기회이다. 서양 사람들은 한자 앞에서 까막눈이다. 일어나 중국어 회화를 해도 한자를 읽고 쓰기는 어렵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한자문화에 익숙하다. 똑같은 시간을 투자하면 서양 사람들의 10배 이상 빨리 한자를 배울 수 있다. 고생을 좀 하면 상용한자와 기본한문은 익힐 수 있다. 굳이 한! 자병용을 할 필요도 없다. 적정수준까지 익히기만 하면 된다. 한자는 우리 역사와 문화 이해의 기초가 되고, 중국어나 일본어 공부 양 쪽 모두에 인프라가 된다. 아시아가 새로운 경제중심이 된 이 시대에, 영어를 기본으로 중국어나 일본어를 더하면, 그 개인의 경쟁력은 날개를 달게 된다. 외국어 스트레스 없이 편히 살던 미국조차 중국어 등 외국어교육을 강화하는 세상이다. 필수한자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개인에게는 영어공부에 드는 10분의 1의 노력을 더해서 열 배의 경쟁력 증대 효과를 보는 확실한 장기투자이며, 국가적으로는 동서양의 경쟁 국가들을 동시에 뛰어넘는 효율적인 전략이다.
셋째, 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역사는 국민통합과 민족정체성 유지의 밑바탕이며, 문화한류의 뿌리이다. 700만 해외동포가 2세, 3세 시대에 접어들고, 30,40대의 새로운 해외이주가 일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더 중요하다. 지금은 폐쇄적인 민족주의가 아니라 인류공통의 휴머니즘을 추구해야 하는 시대이지만, 민족과 국가는 여전히 개인 삶의 기본터전이다. 해외동포 2세, 3세도 결국은 소수민족의 정체성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또 역사교육은 치열한 국가간 이념전쟁, 사상전쟁의 기초이다. 동북아는 특히 그렇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이 보여준다. 21세기는 영토확장전쟁이 아니라 문화확산전쟁의 시대이다. 국사교육을 필수교과로 강화하고, 전 세계의 해외동포에게 코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전수하는 한류캠프를 열어야 한다.
역사교육의 내용도, 국제화된 시각에서 주체적인 현실감각을 가지고 우리 역사의 큰 맥락을 짚어주는 방향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석굴암, 팔만대장경, 고려청자, 조선왕조실록 등 세계최고의 문화유산을 배출하고, 중국과 일본으로 문화를 수출한 문화선진국의 뿌리가 오늘의 한류에 이어진다는 자부심을 키워줘야 한다. 중국(수, 당)이나 일본(임진년, 정유년)의 침략전쟁 대부분을 싸워 이겨냈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몽고침략에 완강히 버텨냈으며, 을지문덕, 김유신, 강감찬, 이순신 등 수두룩한 명장을 배출한 자주적 저력을 일깨워줘야 한다. 당나라와 연합하여 반쪽 통일에 그친 신라, 외교력이 결여된 군사위주노선으로 결국 패망한 고구려, 군사력과 외교력이 모두 결여되어 식민지로 전락한 구한말의 경험을 종합해 전쟁억지의 국방력과 탁월한 외교력이 오늘날 남북한 모두가 명심해야 할 민족 생존의 절대조건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고려와 조선이, 중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오랜 기간인 500년씩 단일왕조를 유지한 바탕에는 토론과 공부로 점철된 국왕들의 제왕학 수련, 언관들의 엄격한 견제 등 좋은 정치의 전통이 있었음을 짚어줘야 한다. 민족통일과 국운상승의 시기에는 고려의 태조 왕건(정치세력의 통합, 신라와 후백제의 포용, 선종을 기반으로 집권하고도 교종과 선종을 공히 장려하고 유불선의 공생을 유도한 통합적 종교정책)과 조선의 세종(신구 정치세력 조화, 집현전육성과 한글창제 등 지식정치, 노비 출신의 장영실 파격 지원 등 과학기술진흥, 호별방문의 여론수렴을 조세정책에 반영한 민주정치, 명나라의 과도한 공물요구를 인삼으로 대체하여 국익을 보호한 실리경제외교)등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음을 주지시키고, 홍익인간(단군), 화쟁사상(원효), 실학, 인내천(동학) 등 우리 사상의 전통에서 남북화해와 민족통일, 세계평화의 가치에 부응하는 ‘조화와 공존’, ‘휴머니즘’의 논리를 찾아야 한다. 사회주의 중국마저 국가이념정립을 위해 공자를 복권시키고 중화주의를 살려내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의병항쟁, 3.1운동, 4월혁명, 새마을운동, 광주항쟁, 금모으기, 붉은 악마로 이어지는 화끈한 기질의 한민족 DNA를 찾아 국난극복과 민족웅비의 에너지 를 고취시켜야 한다.
나는 정치가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 또한 역사라고 생각한다. 시대를 읽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씨이저와 처칠은 당대 최고의 역사학도였으며, 우리나라의 훌륭한 왕들은 민족사의 연구를 장려했다.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들은 보다 풍부하게 역사를 인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지! 도자들이 韓中日간에 펼쳐지는 치열한 외교전쟁, 국제법리공방, 역사공방의 무대에서 원숙하고 차원 높게 외교적 언어를 구사하는 가운데 상대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역사를 인용하여 상대를 설복하고, 나아가 대동아공영권(일본), 중화주의(중국) 전통과는 다른 공존공영의 아시아공동체구상을 선도하고, 미국의 일방주의를 넘어서는 공존적 상호주의를 제창해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3.
주체적 세계화의 시대흐름은 결국 우리에게 ‘개방이냐 아니냐?’의 차원을 넘어, ‘진출이냐 아니냐?’의 선택을 요구할 것이다. 세상은 韓中日이 중심이 되는 아시아시대, 韓中日과 미국이 얽혀 돌아가는 아시아태평양시대로 가고 있다. 한중일 상호간, 한중일과 미국 간, 한중일과 아시아 간, 미국과 아시아 간에 다양한 네트워크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코리안이 세계전역으로 진출하여 유태인과 화교보다 더 활발히 움직이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영어, 한자, 국사교육의 혁신은 주체적 세계화의 필수과제이다. 평준화냐 경쟁원리냐의 해묵은 교육제도 논쟁과는 별도로, 3대 교육컨텐츠의 혁신을 시급히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관련계층의 조직이기주의가 문제가 되면 극복해야 하고, 나아가 제도문제로 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교육복지 중심의 한국형 복지로 가야 한다. 인재강국, 지식정보강국, 허브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게 교육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핵심수단이다. 이제 개혁도 특정 계층 위주의 개혁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제고를 중심으로 하는 보편적 개혁, 과거청산형이 아닌 미래창조형 개혁을 해야 한다.
한글은 백성을 문맹에서 해방시키고 민족문화의 바탕이 됐으며, 500년이 지나 세계적인 인터넷경쟁력의 바탕이 되었다. 한문시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던 세종은 중국 사신들과의 대화를 위해 몸소 중국어를 공부했으면서도, 자기 글이 없어 고통 받는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 지금 세종이 계신다면, 주체적 세계화를 실현하고 국민의 부담을 덜어줄 언어정책과 역사교육정책을 제시하지 않았을까? 이광요는 국가의 장래를 바라보면서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도력이라고 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사람이 늘고 있다. 그 숫자가 더 많아지도록 하는 길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 중요한 실마리의 하나가 영어, 한자, 국사 교육의 혁신에 있다고 확신한다.
▣ 2006. 9. 30. 김 민 석 전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