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it] 디오게네스와 부호 상인
-SPn 서울포스트, 심천 자유기고가

디오게네스는, 그가 집으로 사용하고 있는 통 옆에서, 언제나처럼 햇빛을 쬐고 앉아 있었다. 하루는, 마케토니아에서 유명한 부호 상인 한 사람이 찾아왔다. 고명하신 철인(哲人)을 자기 집에 초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디오게네스는 그 부호의 속셈을 알아 차렸지만, 군소리 없이 따라 나섰다.

그 부호의 집은, 왠만한 궁궐처럼, 넓고 호화찬란했다. 온갖 기화요초며, 심지어 희귀동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게 없어 보였다. 그 부호는, 직설적으로 ‘대단하지요?’ 하고 묻지않고, 빙 돌려서,

“어떻소? 깨끗하지요?”
하고 물었다. 디오게네스는 부호를 빤히 처다 보다가, 갑자기 그 부호의 얼굴에 침을 탁 뱉았다.

“아-니! 고명하신 분이 이 무슨 해괴한 짓이요?”
“아하-, 실례했소, 그러나, 침이 나오는 것은 하느님이 주신 생리 현상이니, 나오는 침을 뱉으려고, 더러운 곳을 찾다 보니 그만 - - -, 그대 말따나, 정원은 온통 깨끗한 곳 뿐이어서 - - -”
접대가 끝나고 배웅 나온 부호는, 디오게네스의 코가 납작해졌을 것으로 지래 짐작을 하고서, 거드름을 피면서, 한마디 했다.
“어떻소? 사람이 이 세상에 한번 태어나서 이 정도는 되어야지요! 수 십 명의 하인들이 무엇이던 다 해주지 않소?”

디오게네스의 대답.
“그대의 팔 다리를 모두 잘라 버리시오. 그러면, 지금보다 훨신 더 편해질 거요. 하인들이 뭐던지 다 해주는데, 거추장스럽게 필요도 없는 팔 다리는 왜 달고 다니시오?”

이상의 일화에서, 첫째, 디오게네스가 부호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것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아마도, 부를 이룩하기까지 저질렀을 온갖 비리, 불법, 착취 등에 대한 경멸일 수도 있을 것이며, 머리에 들어 있는 것은 없으면서, 돈 좀 있다고 온 세상을 눈 아래로 내려다 보려는 교만을 꾸짖은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즈음이야, 참신한 아이디어로, 뛰어난 기술로, 또는 남 다른 노력과 성실함으로 돈을 벌 수도 있으니, 돈을 번 그 자체를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두 번째, ‘팔다리를 자르라’는 의미는, 노동의 신성함, 땀 흘리는 보람 등을 의미한 것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인에게 시키는 거만함과 격에 맞지 않게 거드름 피우는 것을 질책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즈음, 황금만능 시대가 되어서 그런지, 돈 있는 사람은 곧 유능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본인 자신도 그와 같이 착각하여, 무슨 의원이나 어떤 단체장에 출마하고 또 당선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게 된다. 무엇인가 많이 잘못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부(富)에도 격이 다른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다. 성실과 노력으로 자수성가한 경우, 기회를 교묘히 이용한 졸부, 부의 유산, 불법 부정한 방법으로 긁어 모은 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곳 달라스에 어떤 이는, 초기에 작은 사업을 할적에, 대학생들을 시간제로 고용했었는데,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부(富)를 축적하고 나서, 초창기 학생들의 은공(?)을 잊지 못하여, 그 학생들과 직접 관계도 없는 그 후배 학생들에게 계속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부정으로 긁어 모았음직한 자금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몇일 전 신문을 보니, 뉴-욕 맨하탄에 시가 180억원 짜리 고층 초 호화 아파트가 있는데, 그 소유주들 중 한국인이 무려 200여명이나 된다니, 그들은 과연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떳떳하게 구입한 것 일가? 한 두 명이라 해도, 그 같은 초 고가, 초 호화 아파트의 한국인 주인이 과연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구입했는지, 의심을 떨칠 수 없을 텐데, 무려 200 여 명이라니, 벌려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개혁을 한다면서, 왜? 이들의 명단을 입수하고 자금 출처를 조사하여, 위법 사실이 들어 나면, 의법 조치하지 않는 것 일가? 한국에는 정정당당하게 사업하여 성공한 이들이 그렇게 많은 것 일가? 정당한 세금을 납부했음은 물론, 극빈자들에게, 고아원과 양로원에, 그리고 각 대학재단에 거액을 기부하고도 남는 자금을 주체할 길 없어 투자를 해 둔 것 일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다.

사실, 백색범죄가 발 붙이지 못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것은 두 말 할 나위가 없지만, 무엇보다 먼저, 부의 유무와 관계 없이, 관련된 각 부문에서 그 실력과 능력이 검증되고 희생과 봉사 정신 및 지도력이 인정된 인물이 진출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03, 10, 23.)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심 천-민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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