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소백산에 펼쳐진 눈과 하늘과 바람의 하모니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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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백산 설원에서.. 이구동성 와~~ , 끊임없이 와~~ 행복했슴다. ⓒ20131231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2002년 하는 일이 한창 물이 올랐을 무렵이었습니다. 주역에 통달했다고 소문난 한 선배를 만났지요.
"다 내려놓고 앞으로 십년은 물이 흘러가는 것 처럼 쉬셔야 되겠어. 헛짓꺼리 허지 말고.."
이런 어이 없는 악담에 불쾌하지 않을 사람 있겠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퉁명스럽게 물었죠.
"바람이 불땐 나대지 말고 납짝 업드려야 허는 것이 순리여"
그 선배님이 내뱉은 알쏭달쏭한 선문답이 제 귀에 들어오는데 딱 10년이 걸렸답니다.
2003년 대형 통신사에 저희가 개발한 IPTV 셋탑박스를 납품하기로 한 계획이 무산되면서 결정타. 2006년 안깐힘을 쓰며 일어나 와신당담끝에 시작한 중소형 마트 통합구매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도 막판에 가서 꽈당!! 돈 깨지는 소리는 꽈광!!
2010년 죽을 힘을 다해서 개발에 성공하여 국내 최고 수준의 품질과, 최고의 보급율을 자랑했던 학교 전자칠판 소프트웨어 아이포인트 전국 교실과 학교에 깔린다면 휴대용 계산기를 넘어가는 숫자? 그런데 민선교육감의 결제 거부로 좌초.
그제서야 10년전 그 선배님 말씀이 비로소 귀에 들어와서 찾아가서 뵈었습니다.
"그때 내려 놓고 자네 주특기인 주유천하 하면서 한 십년 기다렸더라면 이런 개고생 안해도 되자나. 헌대 걱정허지마 몇 년 있으면 끝날꺼니까."
그 이후로 더 이상 사고(?)치지 않고 지금까지 조신하게 3 년을 엎드려 살았습니다. 바람을 피해서...ㅎㅎ
▲ 날마다 드러낼 수 는 없을 지라도 제 안에 저 눈꽃과 하늘 같은 마음을 간직하며 살고 싶습니다.
불가에서는 토굴속에서 도를 닦는 부류를 이판이라 하고 절을 짓고, 포교를 하는 쪽을 사판이라고 합니다. 이판은 이상을 쫓고, 사판은 현실에 기댄다고 해도 크게 틀린말은 아닐겁니다.
제 성향이 이판일까 사판일까 생각해보니 사판에 딛고 서서 이판을 바라는 격이네요. 제가 만약 중이라면 도를 제대로 닦겠습니까. 절을 제대로 짓겠습니까. 말하자면 돈 안되는 짓을 하고 산거죠. 여태..ㅎ 솔직히 이판이 땡기는 건 사실입니다.
악다구리 써가며 돈버는 것 보다는 산 다니고, 책 쓰고... 고상해 보이잖아요.
그런데 딱 거기까지랍니다. 그러면 소는 누가 키우죠?
그래서 이제부텀 저는 확실한 사판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얼른 사판이라는 받침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놓아야 나이먹은 다음 이판 흉내를 내고 살지요.
그래서 관심까지는 끊을 수 없겠지만 서두 왠간하면 이판쪽은 얼씬 거리지 않을려고합니다.
그런데 이런 자기 개혁도 맘만 먹는다고 쉽게 되는 건 아니짆아요.
풀무질이나 담금질을 통해서 쇠의 속성이 바뀌는 것 처럼 사람도 그럴려면 한바탕 푸닥거리가 필요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문득 칼바람 휘몰아 친다는 소백산을 떠오르더라구요.
'소백산 거기가 좋겠다. 가서 바람으로 풀무질, 추위로 담금질 한번 제대로 해 보자고'
▲ 마음속에 있는 쓰잘데 없는 물건을 확 도려내버리고 싶을 땐 바람메스보다 더 좋은 건 없습니다.
▲ 저와 이심전심으로 소백산 정상에 오른 링컨.뷰티풀임. 스펀지. 진짜루. 셜리. 루피. KBS 국악관현악단 연주가 김선생님 이세요.
▲ 이런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을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하늘이여 우왕 감사합니다.
▲ 밤에 피는 꽃 야화! 엄동설한에 피는 꽃 설화! 저는 왜 이런 꽃들이 좋은지 모르겠어요.
▲ 바위의 빨강셔츠, 짙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는가요?
▲ 야생화 전문가 스펀지님 우리 알고 지낸지 한 6년 되었나요?
올해 부쩍 가까워진 듯 합니다. 이야기가 있는 야생화 사진을 주문했답니다.
▲ 내눈엔 그대가 눈사람, 그대눈엔 내가 눈사람
▲ 은가루를 날리며 푸드득 떨어지는 눈꽃송이 세례를 받으며 걷습니다. 그걸로 다 끝내버렸지요.
▲ 저 구름은 아까부터 저 자리에 있었어요. 바람이 없다는 증거겠죠. 말타면 견마잡히고 싶다고 쬐끔 아쉬워질라고 하네요. 바람없는 소백산?
▲ 또 다시 시작되는 아~아~~아~~~ 설경
▲ 이렇게 선한 사람 첨 봤습니다. 그래서 이 엄동설한을 녹일 만큼 웃음이 저렇게 맑고 밝은 겁니다. 루피님...
▲ 바위! 니도 애 마이썻다. 복받을껴. ㅎㅎ
▲ 여기까지 오니 이젠 타이어 아니라 튜브 터진 소리가 납니다. 쌔액~~
▲ 우웅~~~연화봉에서 부터 들려오는 나즉한 엘토음! 와~~ 반가워 바람이닷.
▲ 쩌기 국망봉까지 가라구요? 차라리 죽으라고 하세요. ㅎㅎ
▲ 쩌기요. 우리 사진찍을 꺼거든요. 좀 비켜주세요. 저요? 쌍문동 아줌만데 왜요?... 깨갱..ㅎ
▲ 더 불것이 뭐 있다고 본격적으로 엑셀레이터를 밟고 불어재끼는 바람, 바로 이거였군요. 소백산 바람이...
▲ 저 이래뵈도 5 대양 6대주 다니면서 바람께나 만난 남자 랍니다. 그런데 이정도로 아픈 싸대기 맞어보는건 첨입니다.
▲ 바람으로 흉금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서 소백산을 찾는다구요. 웃기지 마세요. 도망치기 바뻐 암생각 없었답니다.
▲ 아무일 없었다는 듯 우리를 맞이하는 어우곡리입니다. 우리 소백산 다녀온것 맞나요?
짙푸른 하늘아래 새하얀 눈길을 걸으면서 마음이 저절로 움직입디다.
다 잊고 백지가 되자.
원망도
회한도.....
비로봉에서 국망봉쪽으로 가는 길목에 도사리고 있던 천지를 울리는 바람에 몸을 맡겼더니 다 날려버려줍디다.
미움도
욕망도...
그래서 소백산을 내려왔을 때 눈길에 씻긴 등산화만 깨끗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 마음도 저 짙푸른 하늘처럼 맑디 맑았습니다.
그런데 이거 비밀인데 살짝 알려드릴께요.
소백산 바람속에 중독물질이 들어있답니다.
그러니 절대로 가지 마세요. 흐흐~
그래도 저는 또 갈꺼거든요.
중독되어버렸으니까요. ㅋㅋ
어쩌죠?
다시 가고 싶어지는 군요.
소백산 바람의 힘찬 기운을
한아름 훔쳐왔습니다.
저 혼자 다 가질 수 는 없읜
2014년 갑오년 새해를 맞이하는 당신께도 나눠드릴께요. 팍팍!!!!
복 마이 받으세요.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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