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아이들이 놀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돌아볼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도 실제로현실인 것처럼 자못 진지합니다.
그들이 거기에 몰두하는 순간에는 그 것 자체가 현실이 되는 것입니다.

순수하다는 것,
순진하다는 것,
아마도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그런 모습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지의 산물이며, 철없음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순진무구함은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어떤 마술사가 있었는데, 그다지 훌륭한 마술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인정도 받지 못하던 마술사여서 그 기술이 돈이 되지는 못햇지만
그저 무료라도 그가 마술을 베풀면 사람들은 무척 즐거워 합니다.

그러던 그가 늙어서 이제는 건강도 잃은 데다가
그렇다고 많이 배운 것도 없어서 그 마술을 써먹을 데가 없습니다.
다른 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 노인은 언제부턴가 예수를 믿기 시작합니다.

막상 교회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재능으로 봉사를 하는데
그는 하나님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이 사람이 어느 날 사람들이 없는 틈을 이용해서
교회로 들어가더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를 않는 겁니다.

그러자 의아하게 여긴 사람들이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 봅니다.
그랬더니 예배당 안에는 울긋불긋한 줄들과 꽃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공중으로는 비둘기가 날아다니고, 그저 난장판인 겁니다.
마술사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한동안 요란을 떨더니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하나님 재미있으셨습니까?"

아마도 이렇게 순전한 믿음, 이렇게 아름다운 봉사도 많지 않을 겁니다.
그저 남의 눈을 의식하는 믿음, 그런 봉사보다도 그저 순결한 마음으로,
순진하게 자신의 열정을 바치는 마음, 이보다 아름다운 일도 없을 겁니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나를 가장하고, 적당한 가면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
위선의 얼굴로, 점잔을 빼면서 살아가고 있는 내가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나를 드러내면서 살고 싶어집니다.
이 거추장스러운 위선의 옷을 이 봄과 함께 벗을 수만 있다면........

▣ 칼럼니스트 자유기고가 최 복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