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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 휴먼 라이티스트 진시영
 오광오 기자 (발행일: 2013/04/05 11:11:09)

[서울포스트 오광오 기자=]'百代之過客'(백대지과객)이라는 말이 있다. 영구히 쉬지 않고 길을 가는 나그네라는 뜻으로 '세월' 이라는 의미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람들은 20대를 청춘이라 부른다. 모두 그 20대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붙잡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간절해진다. 문득 이런 생각에 사로잡힐 때마다 나는 그 20대를 떠올리며 작가로서의 길에 대해 생각한다. 결코 칼라일 수 없는 아날로그 흑백 영화처럼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절대 두 눈 부르뜨고 떠올려볼 수 없는 것이 청춘이다. 내 청춘도 다른 사람들처럼 두 눈을 감아야만 삶의 필름을 자연스럽게 돌릴 수 있다.

#청춘1. 1992년의 기억

아버지의 화실이 필름에 선명하게 저장된다. 유화 물감냄새에 길들여진 나 역시 운명이 시키는대로 붓을 잡아들었다. 기억은 1992년에서 그대로 멈춘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앞에 서 있던 나는 그저 그림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청년이었다.  어렸지만 붓끝으로 나만의 철학을 새겨 넣고 싶은 꿈에 부풀었다. 하루 종일 학과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작업에 전념하였다. 그렇게 현대미술을 공부하던 중 충격적인 작품을 접했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88)의 '샘'(Fountain)이었다. 이 작품은 내게 차곡차곡 저장됐던 미술개념이 통째로 흔들리는 계기가 됐다. ‘과연 이것이 미술인가? 혹은 어떻게 일상적인 사물이 세계적인 작품이 될수 있는가?’라는 의문과 충격에 휩싸였던 것이다. 그 이후 내가 미처 몰랐던 미술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만의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심을 지키며 내게 새로운 현대미술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앎의 재미와 또 낯선 작가들의 세계관을 살피며 나의 견문을 넓혀 나갔다.

#청춘2. 뉴욕에 머물다

1996년 제 1회 광주 비엔날레에서 작품 설치 어시스턴트를 할 당시 빌 비올라(Bill Viola 1951~ )의 영상작품인 '교차'(The crossing)를 접했다. 영상과 프로젝터 빛이 만난 작품이었는데 그 분위기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후 나는 평면을 탈피, 입체적인 시공간을 초월한 미술세계를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석사를 마친 뒤 뉴욕 프렛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New York)로 떠났다.

낯선 환경, 마음이 항상 외로웠다. 그곳에서 나는 바다 건너온 작은 동양인에 불과했다.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그곳에 나라는 한 방점을 찍기 위해서는 늘 긴장하고, 노력할 방법 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전공을 '뉴폼'(New Forms)으로 선택해 다양한 소재를 통한 작품공부에 몰두했다. 평면에서 입체로,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작가가 되기 위한 열정으로 밤낮없이 리서치하고 새로운 것 연구에 집중했다. 주말에는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4년동안 '뉴 미디어 아트'(New Media Art)에 빠져 지냈다. 컴퓨터와 카메라, 프로젝터 등 이런 디지털 장비를 공부했지만, 변하지 않은 나의 작품 주제는 하나같이 '인간본질 탐구'에 모아졌다. 그때처럼 현재도 변함없이 '빛과 사람'을 탐구하고 있다. 다만 표현기법은 디지털 장비지만 순수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청춘3. 도전 그리고 대중

2004년 한국에 귀국해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미디어 아트의 길을 걷고 있다. 더 나아가 타 장르와 소통, 융합하여 새로운 세계를 개척할 수는 없을까를 늘 생각한다. 다시 청춘이야기를 해보자. 나에게 청춘은 항상 현재이자 늘 손잡아야 할 친구다.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20여년 동안 나는 '현재의 나' 에 항상 집중하며 작업하였다. 그러면서 작가로서의 예술혼을 생각한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그리고 작품에 관한한 무한한 진정성을 무기로 작업할 때 대중들 역시 순수, 작가의 혼신이 담긴 순수 열정 그 자체를 수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중심과 진정성의 문제는 관객인 대중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 길 너머에는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이 놓여져 있다. 머리와 가슴에 와닿는 작품을 하자는 게 나의 생각이다. '아티스트'로서 항상 고독한 시간과 씨름해야 하고, 창작의 고통을 참아가며 열심히 초침을 감아가고 있다. 불혹을 넘겨서 돌아다본 삶은 빠르게 지나갔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만 기억의 밭에서 출렁인다. 이제 기억 속 청춘을 꺼내 들까한다. 탈색되지 않은 청춘 하나가 내 앞에 높인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다시 20대 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먹음직스런 청춘 하나를 굽고 있다. 이제 그 청춘으로 내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다시 시작할까 한다.

#청춘4. 유화냄새 다시 생각하다

청춘은 아팠다. 작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절망도 하고, 눈물도 흘리며 쓰라린 경험들을 삼키며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작업의 순간들도 청춘처럼 그때그때마다 아픔이라는 단말마가 서려있다. 그래서 흔적 없이 흘러가고 있는 1초 2초가 청춘이 아닐까 싶다. 물론 청춘은 20대로 귀결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30대도, 40대도 유통기한 없는 청춘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그 청춘을 맞으러 가기 위해 분주한 시간들을 설계하고 있다. 그 설계도에 나만의 늘 참신한 느낌 하나와 새로운 작업담론, 진한 감동으로 채울까 한다.

특히 미디어 아트는 작가만의 1인칭 시점이 아닌, 작가가 3인칭 시점까지 진정으로 헤아릴 수 있어야 '대중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미디어 아트가 지역사회에 올바르게 뿌리내리기 위해서 쉽게 다가설 수 있어야 하며, 누구나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예술이 되어야 한다. 대학 강의를 나갈 때 학생들 눈높이에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디어 아트 뿐만 아니라 건강한 문화가 어떤 것인지, 사회에서 예술의 가치가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하는지를 한시도 잊지 않겠다. 청춘 너머, 아버지의 화실에서 새어나오는 유화냄새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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