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포천 국망봉 ] 심설산행 그리고 상고대 페스티발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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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 국망봉 심설산행 그리고 상고대 ⓒ20130112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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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고대의 현란함속에서도 단연 기품이 돋보였던 자작나무 숲 |
열살짜리 어린아이의 겨울 여행
현관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 마다 " 안녕 하세요" 하고 깍듯하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에게 나이를 물었다.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명랑하게 대답했다.
" 작년까지는 아홉 살 이었구요. 2013년 새해가 되었으니 이젠 열 살 이예요. "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를 쓰다듬었다.
' 짜식 참 바르게 컷구나'
딱 저만한 나이였는데 아버지는 내게 종택 어르신들에게 명절 선물을 갖다 드리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종택이 있는 마을까지 약 5 km, 왕복으로는 무려 10km 나 되는 거리였다.
한 겨울에 인가가 전혀 없는 구릉지를 넘고 들녘을 가로질러 거기까지 가는 것은 열 살짜리 어린아이에게는 대단한 모험이었다.
어머니는 어린 아들 혼자 이런 험한 길을 보내는 것을 못마땅해 하면서 만류 하셨지만 아버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옷매무새를 점검해준 다음 ' 너 잘 할 수 있어 ' 하는 표정을 지어주시고 어깨를 툭툭 친 다음 " 다녀 오거라" 하셨다. 나 역시 그 심부름을 기꺼히 받아드리고 약간의 긴장감과 설레임을 안고 집을 출발하였다.
집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부터 밭두렁 쌓인 눈에 발이 푹푹 빠지고, 아무리 옷을 단단하게 입었어도 찬 기운이 솔솔 새어 들어올 정도로 세찬 삭풍이 불었다. 일곱 가지 색깔의 물고기가 사는 깊은 동굴이 있다는 산봉우리를 지날 때는 멈춰 서서 그곳이 어딜까 가늠해보기도 하고, 달 밝은 밤 도깨비가 기다리고 있다가 여길 건너가는 술취한 장꾼들에게 다짜고짜 달겨들어 씨름을 걸어온다는 도깨비 다리를 건널 때는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마침내 종택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때 만큼 누군가가 나를 반겨주었던 기억이 없었다.
특히 당숙모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꼬옥 안아주셨다.
" 워매 워매 내 새끼 어쩌끄나잉, 니가 으쯔고 여그까지 왔다냐 잉 "
큰 절을 마치고 나자, 종택 어르신들은 나를 둘러 앉아 숯화로에 구어 노릿노릿해진 인절미에 조청을 듬뿍 묻혀 입에 넣어주시면서 강 건너 대소가 (우리집안)일들을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셨다.
아는 데로 소상하게 말씀렸는데 뭐가 그리 우스우셨는지 박장대소하면서 평소에 근엄하시던 종택 어르신들께서 자지러지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머니엔 사탕이 한 가득 담겨있고, 백동전( 오십환=오원 )들이 부딪혀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이 다 내 것인 냥 기분이 좋아져 손으로 팔랑개비를 돌리면서 십 리길을 한 달음에 달려왔다.
그렇게 해서 집에 도착했을때 입 밖에 내어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 내 아들 참 대견스럽구나 '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셨던 아버지의 표정이 지금도 선연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자전거를 타고 가시면 금세 다녀오실 수 있는 종택에 열 살짜리 어린 아들을 굳이 보내신 이유는 일종의 극기 훈련을 시키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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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북정맥의 기운을 물씬 풍기는 능선의 삭풍을 견디고선 소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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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처 포 사격장에서 들려오는 베이스톤 포성에 맞추어 하나 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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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앗! 이건 해외 사진 사이트에 등장하는 삘, 그러나 정작 링컨 내외분 꽁무니 따라 가기도 바쁨 |
산행 버킷리스트 안에 들어있던 대망의 국망봉
이번 산행의 발단은 몇 주 전 링컨님께 연통을 넣은 것 부터 비롯되었다.
계방산을 가자고 할 참이었는데 대뜸 국망봉을 들이댄다.
무조건 콜!
북빨 이웃님들 겨울 전지 훈련 장소라서 블로그로는 수 없이 접했는데 막상 가보지는 못하고 늘상 산행 버킷리스트 맨 위쪽에 올려놓고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한 서넛이서 다녀오는 속닥한 산행이 될 줄 알았는데 눈덩이 처럼 참석자가 늘더니 지난 이웃신년산행을 육박할 만큼 대형행사가 되었다. 링컨님과 들꽃 향기님의 열정적인 추진과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심설산행지로서 국망봉이 갖는 명성 때문일 것이다. 하여간 덕분에 13명의 이웃이 함께 해서 국망봉에 만개한 눈꽃 만큼이나 유쾌한 산행이 될 수 있었다. [참석자:천리마님 내외분(일월님), 링컨님 내외분(칠초육말님), 에이스님, 진짜루님, 일소님, 조선달님, 무대님, 뷰티풀임님, 수석님, 들꽃향기님 그리고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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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망 갤러리 입장! 그림은 꽁짜. 맘대로 가져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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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흠~~ 자는 나무 왜 자꾸 깨우고 그러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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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는 찍는다 하고, 누군가는 박는다 하고, 나는 담는다 하네. '임선생 사진기 속엔 뭐가 담겼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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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개의 미스테리한 이정표! 하여간 특이한 풍경. |
허걱 저체온증의 신호가...
초반부터 산이 내 몸을 팍팍 밀어내는 것 같다.
그래서 금세 다리도 뻐근해지고 숨도 차오른다.
컨디션이 안좋다.
이러다간 민폐 끼치기 십상이다.
그래서 체력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앞서 나간다.
800고지에 이르자 비로소 몸이 좀 풀렸다.
링컨님께서 국망봉에서 견치봉(개이빨봉) 들어가는 초입에 신방분위기가 나는 아늑한 쉼터를 잡아놓았다. 그토록 서둘렀던 이유가 혹시라도 그 자리를 놓칠까 싶어서였다고... 영하 10도 아래의 고산에서는 잔잔한 바람도 면도칼이나 다름없다. 그것까지 배려해 준 링컨님의 속네가 정말 고마웠다. 13명의 일행들이 머물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눈을 치우는데 손이 시러오기 시작한다.
예전 내연산에서 손발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차거워지면서 냉기가 온몸으로 번져가고 그 다음은 쥐내림과 저체온증으로 이어지는 끔직한 경험을 했었다. 소주와 일소님이 준비해오신 양주를 연거푸 몇잔 마셨더니 몸이 조금 따뜻해진 것 같았다.
다시 손발이 차거워지기 시작해서 맛있게 익은 솔잎 삼겹살도 먹는둥 마는둥 에이스님표 라면은 시식조차 못하고 서둘러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국망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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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부터 내리던 싸락눈과 국망봉을 휘감고 있던 안개는 우리 일행들에게 상상하지도 못했던 선물을 안겨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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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 국망봉은 몇개?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해보니 포천.소백산.안동 그리고 서울 청계산에도... |
한북정맥 최고봉 국망산(1168m)
한북정맥은 이북의 추가령에서 백두대간으로 부터 갈라져 철원군에 있는 수피령을 거쳐 대부분 1000미터 이상의 고산준령으로 이루어진 복주산. 광덕산. 백운산을 지나 이곳 국망봉에 이르러 용트름을 하면서 한북정맥 최고봉이 된다. 다시 기운을 모아 견치봉과 강씨봉. 청계산 그리고 운악산. 철마산을 뿌리며 달려가다가 한껏 몸을 낮춘다.
그리고 호흡을 멈추었다가 품에 고이 간직했던 백두산 정기를 쏟아 놓으니 우리의 사랑 도봉산과 북한산이다.
마지막 안깐힘으로 바짝 엎드린채 대지를 구불구불 내려가다가 마침내 통일 전망대가 있는 오두산에 멈춰선다.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간 핏줄 임진강과 한강!
그 강들이 합수하여 사이좋게 바다에 이르는 것을 보면서 이 착한 용, 한북정맥은 마침내 대미(大尾)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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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깔딱고개 넘어오느라 진을 뺏던 이웃님들 점심 이후 부터는 본격적으로 심설산행을 즐기는 분위기... |
원점회귀가 가능한 심설 산행지 국망산
한북정맥 제 2 구간에 속하는 광덕고개에서 백운산. 도마치봉. 국망봉. 견치봉. 강씨봉 민둥산과 도성고개까지 약 18 km 의 코스가 오대산 인근이나 소백산과 덕유산 못지 않은 겨울철 심설 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망봉을 찍고 원점회귀 할 수 있는 이번 코스를 선택 한다면 차량을 가지고 갈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맘 편하게 심설산행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겠다. 국망봉에서 신로령. 신로봉그리고 가리산으로 하산 하는 코스를 선택하면 다이내믹한 암릉산행까지 즐길 수 있다고 하는데 오가는이가 전혀 없어 러쎌을 해야하고 자칫 조난당할 수 도 있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산행 불가!
그러나 4월에서 5월초에는 국망봉 능선길이 쩔쭉을 비롯한 야생화 천국으로 바뀐다 하니 그때는 도전해볼 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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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68미터를 오르내린 추위와 땀으로 만난 그림. 그대에게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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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끝내 하늘은 열리지 않음. 세상사 다 좋을 수 는 없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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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빨 이웃님들 사진에 단골로 등장해서 낮이 익은 기울어진 국기봉, 저기에 우리만 아는 전설과 신화를 남겨놓음.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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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황량한 눈밭위를 걸어간 발자국들이 겹쳐져 만들어진 길을 걸으며, 문득 앞서 살다간 이들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다. |
누구나 생각과 시각의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 아휴 이렇게 추운데 어딜가. 아니 저 높은델 어떻게 올라가. "
그러나 누구나 생각과 시각의 한계를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 좋아 나도 할 수 있어 "
그러면 당신은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을 성취한 다음부터 당신의 비젼이 바뀌고 인생은 훨씬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1168미터 국망봉의 상고대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러나 준비없는 행동은 만용입니다.
영하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국망봉 능선에서 화려하게 피어있는 상고대를 맘껏 감상하시려면 단단한 겨울 산행 준비가 필요합니다.
▷ 방수 처리 된 등산화 ( 방수 스프레이를 뿌려도 됨 )
▷ 장갑 두개 ( 얇은 장갑 그리고 두꺼운 스키 장갑 )
▷ 스페츠 ( 눈이 신발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해주는 각반 )
▷ 귀를 덮을 수 있는 등산모 ( 가능하면 모자도 두개 준비 )
▷ 식수: 약 2 병, (1 병은 배낭안에) 그리고 보온병에 들어있는 뜨거운 물
▷ 상의는 최소한 3 벌정도를 껴 입을 것 ( 움직일땐 벗고, 멈추면 입어라 원칙 준수)
▷ 그리고 만일의 저체온증 예방을 위한
홧팩. 약간의 독한 알콜( 위스키가 없으면 빽알도 괜찮음). 아스피린( 저체온증과 쥐내림 완화)
▷ 그러나 지나친 알콜섭취는 절대 금지 ( 겨울산에서 취하면 큰일납니다. )
▷ 체력의 적절한 안배
▷ 일몰전 하산 ( 일몰과 동시 기온이 급강하 하고 하산중에 발을 접지를 위험이 큼 )
▷ 예정 산행 시간보다 약 20% 여유를 갖고 산행계획 수립
( 예를 들면 6 시간 코스는 7시간에서 8시간까지 걸릴 수 있다고 가정 하세요. )
제가 아는 데로 정리해본 겨울 산행 준비입니다.
이렇게 알면서도 준비를 소홀히한 바람에 저는 국망봉 산행에서 혼쭐이 났답니다.
산 좀 안다고 대충대충 준비해서 떠나면 딱 제 꼴이 됩니다. ^&^
왜 제가 아는 산행 고수들이 겨울에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을 찾는지 이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오래토록 기억될 추억의 산행이 될 것입니다.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정성을 다해 이번 산행을 준비한 링컨님과 들꽃 향기님, 6근이나 되는 솔잎 삼겹살을 통크게 쏘신 칠초육말님, 그리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대접해주신 천리마님, 오가는 내내 운전해주신 에이스님, 그리고 함께하신 모든 이웃님께 감사드립니다.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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