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워> 포스터

"저는 제니가 아닙니다. 강한나입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대부분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신 김아중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 속 제니의 고백이다. 성형미인 제니의 성형 커밍아웃은 뚱뚱한 강한나까지 인정받는 계기가 된다. 그 한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성형 찬반에 대한 대화대신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뭘까. 성형이라는 부담감과 거부감을 '정직'의 코드로 모든 것을 역전시킨 주인공 제니, 아니 강한나의 정직한 용기 때문일 것이다.

<미녀는 괴로워>는 외모지상주의(루키즘)를 꼬집으면서도 외모의 편견 때문에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그들 입장에서 해석해주며, 두 얼굴은 '대립'이라는 단어를 중립으로 만들어버렸다. 특히 김아중의 눈물연기는 두 얼굴을 하나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외모지상주의를 일컫는 루키즘(lookism)이라는 말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 <뉴욕타임스>의 저명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가 "외모주의 '루키즘'이 부상하고 있다"며 그의 칼럼 '온 랭귀지'(On Language)에서 거론한 데서 비롯됐다.

그는 인종·성·종교·이념 등과 함께 인류 역사에 새로운 차별의 기재로 불평등을 만들어낸 원인의 하나로 '외모'를 지목, 처음 사용했으며 용모가 개인 간 우열과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잣대로 부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 속 사건이 현실을 만난다면?

동명의 일본 만화(작가 : Yumiko Suzuki)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미녀는 괴로워>는 뚱뚱 외모 때문에 목소리 가수로 외모를 드러낼 수 없는 여성이 성형수술을 통해 최고의 섹시 여가수로 변신하자 주위의 모든 시선들이 달라진다는 인간본성을 다룬다. 거기에다가 동일인물이지만 외모가 바뀐 그녀를 대하는 같은 주위 인물들의 변화된 태도를 통해 사람들의 이중성을 꼬집는다.

사회적인 문제의 파장 속에 있는 '비만과 성형'이라는 이슈를 위트와 코믹, 눈물과 감동으로 순화시키고 녹여낸 연출이 돋보였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그것이 현실 일 때 과연 영화처럼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아직 외모지상주의를 은근히 부추기는 분위기가 살아 있다. 그래서 영화는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 세태에 던지는 시위일 수 있다. 성전환수술을 통해 미모의 여가수가 된 어느 연예인이 뚱뚱하고 못생겼다면 어땠을까? 그녀의 트레스젠더 삶이 각광을 받았을까?

외모가 그 사람의 수준과 실력이다(?)

요즘처럼 '외모'라는 단어와 가치관이 인류 역사에 등장한 시대언어가 된 것은 그만큼 '내면'이라는 개념과 말이 축소되었거나 가치를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진단에 있어 조심스러운 것은 외모와 내면이 이원론적이 개념으로, 아니면 서로 상반되는 개념으로만 이해될 때 문제라 생각한다.

몇몇 조사기관의 통계를 보면 외모가 인생을 좌우한다고 믿는 이른바 '루키즘' 현상이 우리나라 여성들 사이에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모가 일생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68% 정도이다. 그리고 대학생과 직장인 여성 중 80%는 외모가 인생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변수라고 답해 "예쁜 여자가 대접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여성들 스스로도 외모를 '수준'과 동일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그것은 아니다. 외모도 중요하고 내면도 중요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외모'가 '결정을 내리는 열쇠'가 되는 것과 '외모'가 가치의 질과 수준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면의 으뜸 가치 '정직'

그렇다면 내면의 가장 귀한 가치는 무엇일까?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그 중 으뜸은 '정직'이다. 정직한 내면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정직한 마음은 상황을 역전 시킨다.

영화 속에서 제니가 자신은 과거 뚱뚱한 강한나라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아버지가 정신병원에 있는 환자인 것을 알리면서 제니는 '강한나'라는 본래 이름을 찾았고, 성형된 새로운 섹시 가수로 살아가게 된다. 감독은 '가짜'라는 낙서를 통해 그래도 성형을 이해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대변해 준다. 그것 또한 감독의 솔직한 연출력이라고 생각한다.

<미녀는 괴로워>는 성형을 이라는 논란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내면적인 코드는 '정직이 이긴다'는 기초석을 가지고 있다. 정직이란 무조건 사실을 말하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정직하다고 자신의 모든 치부를 드러내고 다닌다면 영락없이 그 사람은 상처투성이의 사람이 될 것이다. 정직도 그것을 받을 만한 사람들 앞에서 행해야 한다. 정직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내면이 준비된 사람에게 나타나는 성품이다.

정직은 그래서 내면의 가장 위한 가치에 속한다. 정직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아픔과 치부에 대해 들어도 침묵할 줄 아는 사람이다. 정직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정직을 내면으로 받기 때문이다.

▣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칼럼니스트 자유기고가 나 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