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드디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추 의원이 밝힌 탄핵 참여의 이유는 당시 조순형 전 대표의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의 압박감을 견디기 힘들었다는 점과 당시 감옥에 있던 3명의 의원들까지 지지서명을 받으려고 해 '그들을 빼고 차라리 내 이름을 넣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추 전 의원은 21일 대전 보문감리교회에서 이 지역 교계지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노 대통령 탄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람이 자기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평가받는 것이지 제가 변명, 해명 이런 단어를 싫어한다"고 운을 떼면서도 "2가지 이유가 있었다"며 구체적인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추 전 의원은 "당시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조순형 대표가 1위를 차지했고 제가 2위를 했다. 그러나 소장파가 열린우리당으로 떠나가 무리가 다 떠나고 혼자 남았다"면서 "당내 위치만 2인자이지 기세로는 조 대표와 원로들에게 눌리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탄핵안을 놓고 진행된 회의에서 반대토론을 통해 탄핵안이 가결되면 총선에서 필패하게 된다고 주장했지만 조순형 대표는 '탄핵에 동참하지 않으면 행동하는 양심이 될 수 없다'고 얘기해고 아무도 겁에 질려 반대토론을 하지 못했다"면서 "감히 제 발언에 동의를 못했고 그날 밤이 끝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추 전 의원은 또 "노 대통령이 당시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는 얘기에 대해 담화를 보고 결정하자는 결론이 났지만 대통령 담화는 화난 민주당에 기름을 쏟아부은 격이 됐고 당이 발칵 뒤짚혔다"면서 "'당신이 버티니까 못할 짓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니가 왜 그러느냐. 너 때문에 우리가 부도덕한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당시의 탄핵 압박감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 하나의 이유는 수감된 3분의 의원들의 도장을 다 받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감옥가 있는 사람들까지 탄핵동의서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분들 빼시라. 차라리 내 이름을 넣어라'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3월 당시 구속된 민주당 의원은 박주선 김운용 이훈평 의원이었다.

추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대전 YMCA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질문에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당시 (탄핵은) 저 혼자 말려서 관철될 분위기도 아니었고 탄핵 관철시키려했고 당을 지키고자한 민주당과 사과하라니까 (노 대통령이) '중간평가로 받아들인다'로 대응이 나오는 등 고 서로 충돌되는 지점이어서 (자신이) 나서서 설 공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추 전 의원은 "당시 아버지 병문안을 갔는데 저의 아버지가 오히려 저를 위로하면서 '니가 민주당을 떠나면 원칙 명분이 안서고 있자니 힘들고 외롭겠구나'했다"면서 말할 때에는 잠시 목이 메이기도 했다.

지난 2004년 3월 노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후 구체적인 소회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