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응봉능선에서 터득하는 북한산 감상법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 북한산의 사막이라 부르고 싶은 대머리 바위에서 바라본 풍경 ⓒ20120222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세 사람의 지인들이 각각 북한산을 다녀와서 들려준 소감이다.
1. 두 번 다시 북한산 가나 봐라.
차를 삼천사 입구에 주차 시키고 북한산을 제법 잘 안다는 분의 안내로 하염없는 오르막길과 꽁꽁 얼어있는 너덜길( 청수동 암문 남쪽 )을 기어올라 천신만고끝에 대남문에 도착하여 큰 바위 아래서(문수봉 아래 ) 점심을 먹고 다시 올라왔던 길을 따라 내려왔는데 이게 무슨 개고생인가 싶었다...
북한산엔 두번 다시 가지 않을꺼다.
2. 악몽같은 산행
진관사 입구에 주차를 하고 일행중 한 사람의 어렴풋한 기억에 의지하여 일주문 오른편 목제 데크를 따라가니 끝도 없는 가파른 계곡길이다. 비봉에 올라 사진만 찍고 내려왔는데,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워서 긴장한 나머지 경치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말 그대로 비몽사몽이었다. 사모바위 부근에서 엄청난 인파속에서 점심을 먹고 삼천사 방향으로 내려오는데 아이젠의 끈이 떨어져 미끄러지기도 하고 올라갈때나 내려갈때나 긴장 했던 기억 밖에 없다...
악몽같은 산행이었다.
3. 죽는줄 알았다니까.
족두리봉에서 만난 어르신이 멋진 코스를 안내한다고 해서 호기심에 뒤따랐다. 향로봉께에 이르러 어르신은 출입금지 팻말을 넘더니 바로 직벽이나 다름없는 바위로 기어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줄을 내려 주어 얼떨결에 그걸 붙들고 올라가긴 했는데 중간에서 힘이 빠져서 오도가도 못하고 한참을 후둘후둘 떨다가 도로 내려오긴 했는데...
정말 죽는줄 알았다.
 |
진관사 입구 |
북한산 등산하면 도선사나 산성에서 출발하여 죽을둥 살둥 모르고 오로지 최고봉 백운대를 올라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에 비하면 삼천사나 진관사 입구에서 산행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커다란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연례 행사로 북한산을 찾는 지인들처럼 자가용을 가지고와서 진관사나 삼천사 입구에 주차시켜 놓고 계곡을 따라 올랐다가 정상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그길로 내려오는 것을 산행으로 여기는 경우가 의외로 많고 나 또한 그런 과정을 겪었다.
그래서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북한산이 아직 생소한 이들에게 북한산의 진가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
진관사 일주문 왼편에 응봉능선 들머리가 있음 |
 |
진관사 |
1. 북한산은 등산이 아니라 감상의 대상
북한산은 50여개의 바위 봉우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우리나라의 최고의 명산이다.
이처럼 대단한 대자연의 걸작을 맘만 먹으면 한 달음에 가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그런데 이따금 운동삼아 북한산 등산을 하는 앞서 말한 지인같은 이들은 안타깝게도 이러한 북한산의 진가를 깨닫지 못하고 단지 험악하고 두려운 대상으로 여기게 될 수 도 있다.
북한산을 등산이 아니라 감상의 대상으로 삼고 마치 요세미티공원이나 그랜드캐년같은 절경을 만나러 갈때 같은 설렘을 품고 다가서야 비로소 북한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북한산 마니아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
응봉정상에서 바라본 백운대 |
2. 골짜기가 아니라 능선으로 오르자.
북한산의 가장 큰 매력은 봉우리나 산등성이 어디서나 활짝 열린 조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북한산엔 설악산 천불동이나 주왕산같은 빼어난 계곡미가 없기 때문에 북한산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능선으로 올라야 한다.
 |
응봉정상에서 바라본 우측으로 부터 용출.용혈.증취.나월봉 |
3. 북한산 감상 입문 코스 [응봉능선]
비봉능선에서 사모바위에서 시작하여 삼천사와 진관사 사이로 듬직하게 흘러내린 등성이가 응봉능선이다.
맨 마지막 봉우리 매봉(응봉)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초반 들머리부터 시작하여 20여분 정도만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평이한 오솔길로 이어지기 때문에 초보자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백운대를 비롯한 북한산 주봉들과 의상능선의 연봉들과 문수봉. 보현봉을 비롯하여 우측으로는 비봉과 향로봉까지 마치 파노라마 처럼 북한산의 조망이 펼쳐져 북한산을 제대로 감상하기엔 더할 나위가 없다.
 |
의상. 용출.용혈.증취봉까지 |
4. 진관사 일주문 앞 철문이 들머리
연신내역 2 번 출구에서 7211 버스를 타고 하나고등학교 맞은편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진관사를 향해 10여분 걷다보면 일주문이다.
응봉능선 들머리는 일주문 왼편 철망 사이에 있다.
또한 삼천사쪽에서는 절 약간 못미쳐서 비탈진 시멘트길 우측 이정표를 따라 곧장 오르면 된다.
진관사 철문을 통과한 후 직진하지 말고 왼편 골짜기로 내려간다.
그 다음부터는 줄곳 오르막이다.
툭 트인 조망터에선 멀리서 굽이치는 한강을 바라보며 다리쉼을 하고 한 갓진 소나무길에선 숨을 고르며 걷다보면 어느덧 지겨운 된비알이 끝나고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길을 막는다.
진관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 암봉을 끼고 돌다보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응봉 정상에 서면 북한산 파노라마가 오케스트라처럼 펼쳐진다.
 |
응봉능선의 조망 |
5. 숨이 확 막히는 북한산 파노라마
응봉정상에서 맞은편으로 보이는 우람한 바위 근육질의 봉우리가 의상봉 바로옆에 첨탑처럼 뾰족 솟구친 봉우리가 용출봉 그리고 차레로 용혈봉과 증취봉이 있다.
의상봉과 용출봉의 푹 꺼진 암봉 사이로 빼꼼하게 고개를 내민 장난스런 표정의 주인공은 주인공은 누구?
바로 북한산의 지존이신 백운봉이다.
응봉에서부터는 데이트 길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한갓지고 편안한 오솔길이다.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를 만큼 잔잔한 봉우리 몇개를 오르내리면서 함께 하는 이가 없다해도 중간중간 의상능선과 백운대가 수시로 나타나 데이트 상대가 되어주니 외로울 겨를이 없다.
응봉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할수록 전망의 대상은 의상봉과 용출.용혈.증취봉에서 나월봉과 나한봉 상원봉 그리고 문수봉으로 바뀌고 백운대와 만경대 그리고 노적봉이 증취봉과 나월봉 사이의 안부 위로 둥실 떠오르며 드디어 북한산의 지존다운 위엄을 드러낸다.
 |
나월.나한.문수봉 |
응봉능선 오른편 끝단으로 갈수록 완만하던 산등성이는 까칠한 바위덩어리로 바뀌는데 약간의 긴장감을 보태어 쇠줄을 붙들고 봉우리에 오르면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의상능선이 거대한 파도처럼 솟구쳐 오르는 장엄한 광경이 시야를 가득 메우기 때문이다.
처음 이곳을 찾는 경우 사진에 나오는 부분을 내려서기가 부담스러울 경우 몸을 뒤로 돌려서 두 세발자욱만 떼면 쉽게 내려올 수 있다.
 |
응봉능선의 암봉과 의상봉 |
 |
응봉능선 조망의 절정 |
6. 사통팔달의 북한산 인터체인지 사모바위
북한산 마니아들이 즐거이 응봉능선을 들머리로 삼는 또 다른 이유는 응봉능선의 끝단에 있는 사모바위는 북한산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일종의 인터체인지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모바위에서 북향하면 승가봉과 통천문을 거쳐 철 난간을 잡고 문수봉 남벽을 타고 문수봉에 오르면 산성 주능선이든 상원능선이든 의상능선이든 어디로든 갈 수 있고 사모바위에서 남향하면 비봉 관봉 향로봉을 거쳐 기자촌 능선이나 족두리봉쪽으로 갈 수 있으며 비봉능선 양쪽으로는 무수한 하산로가 있다.
 |
북한산 인터체인지 랜드마크 사모바위 |
응봉능선에선 언제나 북향 코스를 선택했지만 이번엔 가벼운 산행을 위해 관봉을 거쳐 향로봉 서쪽으로 돌아 기자촌 능선으로 내려가는 남향 코스를 잡았다.
중간에 비봉을 경유할 수 도 있고 관봉에서 바라보는 조망도 좋고 등산로도 비교적 편안하기 때문에 처음 응봉능선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관봉에서는 비봉도 멋진 전망 포인트지만 거대한 성채를 연상하게 하는 우람한 향로봉 동벽 풍광이 가장 압권이다.
 |
향로봉과 비봉사이의 관봉 |
비봉과 향로봉 사이에 있는 둥그스런 암봉이 관봉이다.
관봉에서는 백운대와 의상능선 그리고 거쳐왔던 응봉능선의 색다른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
관봉의 조망에 홀린 일행들 |
 |
관봉에서 바라보는 의상능선 문수.보현봉 그리고 북한산의 지존과 멀리서 보면 까칠한 응봉능선 |
 |
비봉과 잉어바위 그리고 보현봉 |
 |
비봉 남능선 |
 |
거대한 성채 향로봉 |
 |
향로봉과 서울 시가지 |
 |
사자 머리를 연상하게 하는 비봉과 잉어바위 |
 |
기자촌 능선의 대머리 바위 |
 |
향로봉 서벽 |
 |
코뿔소 바위? |
 |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대머리 바위 나는 이곳을 [북한산 사막]으로 부른다. |
산행을 하는 방법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근에 잇달아 지인들의 북한산 산행 얘기를 듣고 단 한사람에게라도 유용한 정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번 산행기를 대신한다.
이번 산행은 에이스님의 오랜 지기들과 함께한 산행이었다.
세사람이 길을 가다보면 반드시 스승이 있고 또 나보다 세상을 더 많이 살아온 이들에겐 틀림없이 배울점이 있다는 옛 성현들의 말씀대로 선배님들과 함께 산행을 하면서 많은점을 배울 수 있었다.
에이스님과 두분 선배님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종종 끼워주시기를...
 |
ⓒ서울포스트 |
(나종화 객원기자 )
[
NEWStory makes
History -
서울포스트.seoulpost.co.kr]
서울포스트 태그와 함께 상업목적 외에 전재·복사·배포 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