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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①] 구사쓰 온천에서 만난 황홀한 가을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1/11/22 18:12:33)

[일본여행①] 구사쓰 온천에서 만난 황홀한 가을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구사쓰 온천에서 ⓒ20111103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가을을 만나기 위해 고원으로 향하다
일본 기상청도 구라청이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고 사흘을 말짱하더니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하느님도 야속하시지.
일을 마치고 여행을 시작하는 날 새벽부터 부슬비가 내린다.

일본의 가을을 만나러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컨셉이라서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고 소문난 조신에쓰 고원 국립공원 [上信越 高原 國立公園)을 둘러보기로 했는데 자칫 비맞은 생쥐꼴이 되지 않을른지 하는 우려를 품고 렌트카를 빌려 도쿄를 출발했다.

도쿄 서북방향 고속도로를 부지런히 달려 군마현에 들어서니 비는 여전히 추적거리며 내렸지만 뿌연 운무 속에서 자뭇 이국적인 풍광의 산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단풍의 채색도 점점 화려해져 이만하면 됐어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조신에스 고겐 국립공원으로 가는 빗속의 단풍길

조신에스고겐 국립공원은 도교에서 서북쪽으로 150km 남짓 떨어진 일본 중부 군마현, 니가타현, 나가노현 일대에 걸친 산악 고원 지역이다.

이곳에는 해발 2000미터는 기본이고 3000미터에 이르는 산봉우리들이 있고 이들중 상당수는 최근 분출한적이 있거나 지금도 유황연기를 내뿜고 있는 활화산들이라서 여기선 화산섬 일본의 진수를 볼 수 있다.

또한 화산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산정 호수와 무수한 온천이 있어 천혜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는 곳인데 우리나라의 여행객들에게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한국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군마현에서 부터는 해발 2000미터에 이르는 고원 지대에 이르는 오르막길의 고도가 올라갈 수 록 삭막한 도쿄와는 확연히 다른 가을풍광이 펼쳐졌다.

단풍나무와 자작나무 그리고 낙엽송이 각각의 강렬한 색감을 뿜어내는 총천연색의 숲길을 줄곳 달리다 보니 가벼운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였다.


구사쓰온천의 가을 풍경

현대식 리조트와 호텔이 들어선 휴양도시들과 스키장들을 지나쳐 마침내 도착한 곳이 구사쓰(草津)온천 지대였다.
이곳은 일본의 3 대 노천 온천 중 하나로 일컬어 질 정도로 유명한 온천 마을이라고 한다.
영화에서나 봤던 일본의 오리지널 노천 온천을 체험한다는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으로 노천온천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기 위해 숲길을 지나는데 비가 내리는 가운데 더욱 신비로운 자태를 보여주는 자작나무들이 자뭇 멜랑꼴리한 가을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차장에서 부터 코끝을 간지럽히던 계란 썩는 냄새의 근원은 길옆을 흐르고 있는 희뿌연 빛깔의 시냇물이었다.
김을 모락 모락 내면서 흐르는 그 시냇물이 바로 뜨거운 유황 온천수였던 것이다.
졸졸거리며 흐르는 시냇물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Welcome to Gusaz!!!


소박하고 고풍스러워서 더 아름다운 구사쓰노천온천

시냇물을 따라 내려가니 과연 목책으로 둘러쳐진 노천 온천이 나타났다.
울타리가 낮아서 나체 상태로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언뜻언뜻 보였는데 한국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일본 최대의 노천온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구사쓰 노천 온천은 겉 모습부터 소박하고 촌스러웠지만 오히려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러한 모습이 그 어떤 현대식 리조트 보다 훨씬 더 깊은 인상을 안겨 주었다.
제대로된 일본 풍경을 만나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처음 이곳을 찾은 한국 나그네에게 온천을 설명해주고 할인권까지 건네주신 친절한 노인들을 따라 온천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이 남녀 혼탕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도 들었고 일말의 서운함도 있었다. 온천 안으로 들어섰을때 아름다운 가을 풍광이 온천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어서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아 " 와 기가 막히다. "를 연발했다.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는 가운데 옅은 청자빛 온천에서 자욱한 수증기가 올라와 울긋불긋한 단풍사이로 스며드는데 보는이의 마음은 이내 일체의 잡스러움을 떨쳐내고 선계(仙界)로 들어가는 듯 했다.

오히려 쨍한 가을 날씨였더라면 이토록 신비로운 광경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사진찍지 마세요. " 사람이 아니라 저 경치를 딱 한장만 찍을께요 " " 카메라 압수합니다. "

노천 온천탕은 98도에 이를정도로 펄펄끓면서 땅에서 분출된 온천수가 사람들이 목욕을 할 수 있을만큼의 온도로 식히기 위해 유수지를 거쳐서 일종의 저수지에 채워지는 구조인데 온천 바닥은 반질거리는 몽돌이었다.

이곳 온천수는 동전이 몇 시간 내에 녹아서 사라질 만큼 ph 2.0에 이르는 강 산성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온천욕을 하는 것은 뜨거운 식초에 몸을 담그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지간한 피부병은 한 시간만 담그더라도 말끔히 사라질 정도로 효험이 좋다고 한다.

온천수에 몸을 푹 담그었다.
그동안 쌓였던 여독이 빠져 나가면서 기분 좋은 노곤함이 느껴졌다.
그걸 한참 즐기고 있는데 누군가 등을 살짝 건들어서 눈을 떠보니 아까 함께 들어왔던 노인분이 단체사진을 찍어달라고 작은 디카를 건넨다.

저 아름다운 풍경을 담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로 아쉬웠는데 디카의 LCD창에 떠오르는 노천온천의 그림을 보면서 당연히 이곳은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지만 어떻게든 한 컷이라도 담아야 겠다고 궁리를 하다가

귀중품 보관함을 열어 카메라를 갖고 다시 탈의실로 돌아와 기회를 엿보다가  마침 한무리의 목욕객들이 나가고 한가해진 틈을 타서 탕으로 나가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뒷쪽에서 카랑카랑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입구에서 표를 팔던 여인이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채고 따라온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한손으로는 연신 셔터를 눌렀다.
여자는 일본말, 나는 손짓발짓 약간의 일본말과 한국말의 혼용!

" 안돼요.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경고판 안보여요? 신고할꺼예요. 빨리 나오세요 "
" 사람을 찍는 것이 아니라 저 아름다운 경치를 찍는 중이니 딱 한장만 찍을께요 "

그러자 여인이 내가 있는 곳 까지 와서 카메라를 낚아챗다.
어쩔 수 없이 내어 주었더니 나갈때 찾아가라는 말과 함께 훌딱 벗고 있는 내몸을 위 아래로 한번 쓰윽 훝어 보고 탈의실을 나갔다.

사진찍다가 들킨것도 창피한 일이지만 나보다 더 어려보이는 외갓여인에게 내 벗은 몸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가열찬 블로거 정신에서 비롯된 헤프닝이었지만 아쉬운 마음에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도를 해봤는데 손이 젖어 있어 터치패드가 작동이 되지 않아 더 이상의 촬영은 포기...


상사병 말고 모든 질병이 치유된다는 구사쓰 온천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더니 여인은 순순히 카메라를 내주었다.

그리고 온천 지대를 둘러보았다.
강 산성의 온천물이 흐르는 계곡 언저리는 마치 황량한 사막같았지만 숲이 울창한 주변은 온갖 종류의 단풍이 불타오르고 있었는데 그 대조적인 풍경이 고혹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19세기말 이곳을 찾은 스위스 의사가 구사쓰 온천수는 마음의 병을 빼고 모든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온천이라고 평을 한 다음부터 명세를 탓다고 하는데 과연 구사쓰 온천을 알리는 일등공신 그 스위스 의사의 흉상과 기념관이 있었다.

온천수가 흐르는 계곡과 주변의 풍경을 담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누르긴 했지만 비가 내리는 가운데 날씨마져 워낙에 칙칙해서 눈으로 보았던 그 감동은 10분에 1 도 표현되지 않은 것 같다.


구사쓰 온천마을 거리에서

유명한 장소에는 으례 이런저런 전설이 더해져 그곳의 의미를 덧보이게 해주는데 이곳에도 귀신이 차를 마신 장소라든지 사랑을 이룰 수 없었던 연인에 관한 전설이 적혀진 팻말이 눈에 띄었으니 일본어를 잘 모르니 그 깊은 뜻까지는 헤아릴 길이 없었다. 이런 저런 상상으로 대신하면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니 온천 마을의 거리가 시작되었다.

여기도 구사쓰 노천온천과 마찬가지로 현대식 리조트가 아니라 일본풍의 목재 건물들이 거리를 이루고 있어서 이국을 찾은 나그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거리에는 식당이 줄비하여 이미 점심시간을 넘겼고 온천욕까지 마친터라 더욱 허기를 느껴졌지만 고속도로 휴계소에서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은 일본라면의 느끼함이 계속 남아있어 여기에 또 정체 불명의 일본 음식을 먹으면 더 심각해질 것 같아서 호텔에 도착할때 까지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느라 냄새를 맡고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음식을 가리지 않아야 진정한 여행자랄 수 있는데 특히 대만과 일본을 방문할때마다 이렇게 음식때문에 애를 먹는다. 비위 좋아지는 약! 그거 어디 없을까.

▲ 구사쓰 온천 마을의 일본풍 가옥 ⓒ서울포스트

뜨거운 자연 온천수로 찐 계란 오랫동안 담궈놓아서 미네랄이 침투된 보약계란이라 하니 이건 두알이나 먹었다.
계란엔 소금인데 왜 간장을 주는지......ㅠㅠ


구사쓰 온천마을의 중심부엔 온천밭이라는 의미의 유바타케가 있다.
뜨거운 온천수를 이런식으로 식혀서 인근에 있는 실내온천과 료간(여관)같은 곳에 공급 한다.
이곳은 구사쓰 온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노천온천 풍경에서 받은 강렬한 이미지가 이미 각인되어 있어서인지 큰 감흥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일본 여행이 참맛을 느끼려면 료간에서 하룻밤

구사쓰 온천 거리에서도 어렵지 않게 료간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온천지대에서는 가능하면 일본 전통 료간에서 묵어야 일본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일본 전통 양식의 깔끔한 다다미방에서 친절한 룸 서비스를 받고 일본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료간의 특징인데 여기에 더하여 운이 좋으면 일본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개인 정원을 만날 수 도 있다.


구사쓰온천마을 구경을 끝내고 내려간 길을 되짚어 올라오는데 비가 그쳐 더욱 선명해진 노천 온천 주변 풍광이 다시 발목을 잡는다.
사진에는 그런 분위기 까지는 담기지 않았지만 구사쓰 온천에서 만난 가을은 황홀경에 빠지게 만들었다.


가을 풍경의 여운이 짙은 구사쓰온천을 떠나 시라네산(白根山)으로 향하는 유황연기가 자욱한 화산지대로 접어들었다.
가을과 겨울이 교차하고 있는 그곳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경치를 보여주었다. ( 시라네산 편에서 계속 )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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