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시사정치경제 유머와 위트
-SPn 서울포스트, 고일남 논설위원

우리나라속담에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가 있다. 두가지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나쁜 일에 휘쓸리게 된다는 뜻하고 왕따가 되어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까마귀는 깊은 산속을 좋아하고 백로는 물가를 좋아한다. 따라서 먹이도 다르다. 백로가 산속에 가서 먹을 물고기가 없고 검은 색의 까마귀속에서 흰 백로는 따돌림을 당한다는 뜻일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에 무소속출마를 고심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바로 떠오르는 속담이 까마귀와 백로이었다. 일부 누리꾼들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안철수교수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는 성공한 백로이다. 일류대를 나와 의사면허를 갖고 있으면서도 컴퓨터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을 만들었고 이를 사업화하여 성공하였다. 그는 이 성공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미국에 가서 일류대학에서 경영학 MBA를 마치고 귀국하여 교수직을 맡았다는 이력이다.

그는 청소년을 위하여 박경철, 김재동과 같이 전국을 돌며 '청춘콘서트'라는 프로그맴을 실행하면서 청소년들과 호흡을 마추었다고 한다.그가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보면서 비애를 느꼈음직 하고 최근에 벌어진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에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직접 정치에 뛰어들고 싶은 강한 의욕을 느낀듯 하다.

그러나 숙고하고 있는 안철수교수에게 의욕은 좋지만 나라와 본인을 위하여 말리고 싶다. 우선 안교수가 무소속이나 한나라당의 티켓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돼도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임기가 거의 반이 지나가고 남은 임기는 2년여에 불과한데 시정을 파악하고 시의회를 설득할 시간이 없다. 본인은 서울시 행정의 소프트웨어를 바꾸겠다고 하나 하드웨어에 익숙하고 또 이를 선호하는 시의원들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본인은 서울시장이 정치가가 아닌 행정가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서울시장은 행정가이면서 정치가이다. 시의원들도 당연히 정치가이다. 당의 추천을 받아 선거를 치룬 사람들이다. 오세훈시장이 여소야대의 시의회에 발목을 잡혀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게되자 미련없이 시장직을 던진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다음으론 안철수교수의 건강이다. 안교수부인의 인터뷰를 보면 안교수는 간이 약해 한 때는 심각한 상황까지 갔다고 한다. 간이 약한 사람은 피로가 누적되면 안된다. 그런데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엄청 바쁘고 피로가 누적되는 자리이다. 본인이 일정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자리이다.

끝으로 지자체장 특히 서울시장자리는 토목과 건축에 깊은 소양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안철수교수는 이 분야에 경륜이 없다. 오세훈시장도 이 분야에 경륜이 없어서 결국은 중도하차 하게 된 한요인이 됐다.

안철수교수는 지금 맡은 일을 잘하고 후진을 똑똑히 길러내는 소임을 다했으면 한다. 아울러 안철수연구소를 국내 제일을 넘어 세계제일의 기업으로 육성시키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어느 정파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안 교수 본인과 나라의 장래를 위한 글이니 참고 바란다.

▣ 논설위원, 교수 (고일남)

[NEWStory makes History - 서울포스트.seoulpost.co.kr]
서울포스트 태그와 함께 상업목적 외에 전재·복사·배포 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