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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칠선계곡 트레킹 그리고 쌍계사 계곡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1/08/19 03:14:45)

[지리산] 칠선계곡 트레킹 그리고 쌍계사 계곡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칠선계곡 트래킹 그리고 쌍계사 계곡 ⓒ20110806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환상적인 지리산의 아침

신선도 100%의 아침 공기에 온몸 구석 구석 세포 하나까지 잠에서 깨어난다.
건너편 함양 삼봉산(1187)자락에서 피어오른 새하얀 운무가 추성리를 향해 밀려오고 있어 구름을 탄 몸이 두둥실 떠오를 것 같아 팔을 활짝 벌렸다.
참으로 환상적인 아침이다.

ⓒ서울포스트

칠선계곡 트래킹 출발

출발이 자꾸만 늦어진다.
조바심을 애써 눌러 앉혔다.
몸도 마음도 다 놓아버리려 찾아온 지리산에서 더디고 빠름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무릎이 성치 않은 아내, 허리가 아픈 친구가 걱정되었지만 지리산 마고할멈께서 살펴주실 것을 믿고 칠선골짜기 깊은 곳을 향해 출발했다.
보도블록이 깔린 초반 오르막에서 부터 진이 빠진다.

언덕위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 여기까지의 수고를 보상해 준다. 발 아래로 굽이치며 흐르는 계곡은 어느 블로그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풍경인데 그 장관을 마주하고 있으니 감개무량하다.
일행들이 두지동 마을로 향하는 오솔길을 따라 산모퉁이로 사라질때까지도 나는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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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두지동마을

추성리에서 1 km 남짓 들어가는 두지동 마을은 지금은 대여섯 가구만 남아있지만 몇 십년 전만해도 이십여 가구 남짓이 살고 있던 제법 규모 있는 산간 마을이었다.

신라에게 패망한 가야국의 왕이 이 골짜기에 궁궐과 군량미를 보관하는 창고를 짓고 은거했는데 식량을 담아둔 두지가 여기에 있었다하여 마을 이름도 그렇게 부른다고 하여 수 천년 이어져 내려온 유서 깊은 이름을 간직한 마을인 셈이다.

이렇듯 몸과 마음을 수양하기 위한 사람들 세상을 피해서 숨어 살고 싶은 사람들 때론 세상에 저항하는 사람들까지 지리산으로 모여들었다.

지리산엔 세속에서의 까닭을 묻지 않은 어머니 품같은 자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이틀 머물다 가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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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 트래킹 1 구간 시작

본격적인 칠선계곡 트래킹은 두 구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1 구간은 추성마을 주차장에서 탐방객의 출입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비선담까지 이고 2 구간은 탐방에 제한이 있는 비선담에서 천왕봉까지 이르는 구간이다.

칠선계곡 트래킹의 진수는 단연 2 구간이겠지만 구지동 마을을 출발하여 구름다리를 건너 초암계곡 사면을 따라 걷는 길에서도 순수 자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구지동 마을에서도 한참 들어온 곳에서도 마을이 있던 흔적을 보았다.
커다란 당산나무와 사람이 식재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감나무와 석축과 버리고간 돌 절구통이 그것을 증명했다.
내려와서 물어보니 한 가구는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오지에도 집터가 있는 것을 보면 예전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지리산에 깃들어 살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협곡에서 무얼 먹고 살았는지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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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의 자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칠선계곡

물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은 초암능선의 가파른 사면길이 한시간 가까이 계속 되었지만 골짜기 아래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상쾌한 산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곳은 탐방객의 출입이 빈번한 곳인데도 북한산 인적이 없는 사기막 계곡 깊숙한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푸른 이끼가 바위를 뒤덮고 있고 여기저기 작은 물줄기가 흐르고 있어서 원시의 계곡이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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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탕

드디어 목적지 선녀탕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일곱 선녀가 목욕하고 있을 때 살짝 끼어들어도 자리가 넉넉할 만큼 널찍하다. 옷까지 벗을 수는 없었지만 발이라도 담그고 가야지 직성이 풀릴것 같았다. 용소폭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물이 차거워서 머릿속까지 얼얼하다.
그곳에 줄곳 머물렀더니 으슬으슬 한기까지 엄습한다. (이날 지리산에서 지척에 있는 거창의 기온이 섭씨 36도를 기록했다.)

선녀탕 바로 위쪽에 옥녀탕이 있고 옥녀탕에서 500미터쯤 올라가면 칠선계곡 일반 트래킹 코스의 종착지인 비선담이 있다. 다음 일정 때문에 선녀탕에서 되돌아 와야 했는데 칠선계곡에 대한 감동이 만큼 남은 구간에 대한 미련도 컷다.

비선담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구간은 수백년 수령의 소나무들도 흔히 볼 수 있고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는 대륙폭포를 비롯한 수많은 폭포가 있는 지리산의 원시성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이다.

이구간은 매년 4월과 5월, 9월과 10월 중 월요일과 목요일에만 산행이 허용되는데 게다가 인원까지 40명으로 제한하니 그곳을 가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 만큼 어렵겠지만 칠선계곡의 경치가 절정에 이르는 올 가을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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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에서 쌍계사 불일폭포를 향해서

칠선계곡에 많은 미련을 남기고 지리산 반대편 하동 쌍계사로 이동하기 위해 길을 잡았다.

추성리를 막 벗어나면서 부터 칠선계곡에서의 감흥이 깨졌다.
30년 역사의 정통 산채 산채 식당이라는 프랭카드가 붙어 있는 식당을 찾아 산채 정식을 시켰는데 30분이나 지났는데도 감감 무소식일정도로 서비스도 엉망이고 비싼 가격에 비해서 맛도 형편 없었다.
버스 관광객을 위한 단체 손님을 전문으로 받는 식당이 아닌가 싶었다.
음식점 정도는 사전에 챙겼어야 하는데 일행들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이것은 실수의 시작에 불과했다.

아이패드에서 네이버 지도 웹을 작동해보니 마천면 소재지에서 우회전하여 지리산 자연 휴양림 인근의 양정마을과 음정마을을 거쳐 벽소령으로 넘어가는 1023번 도로가 다음 목적지인 칠불사로 갈 수 있는 최단 거리였다. 모험적인 드라이브에 기대를 걸고 출발하는데 차량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은 한사코 이길을 거부했다.

그것을 무시하고 벽소령 고개길이 시작 되는 음정마을을 찾는데는 성공했는데 벽소령 들머리를 찾지 못하고 헤메다가 마침 지나가는 차가 있어 물어보니 운전자가 빤히 쳐다 보면서 어이를 상실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음정마을에서 보았던 좁은 농로가 바로 그길 인데 4륜구동 차량 아니면 갈 수도 없고 그것도 일반인에겐 통행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해주었다.

하는 수 없이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다가 달궁계곡과 노고단을 거쳐 구례로 내려가는 지리산 횡단길 들머리마져 놓쳐 지리산을 빙빙돌아 일원. 운봉. 남원. 구례. 화개를 거쳐 쌍계사 입구에 도착했다.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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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냥 칠선계곡에 머물걸...

쌍계사 앞을 흐르는 개울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수 많은 피서인파와 길 양쪽으로 줄비하게 주차된 차량을 보니 칠선계곡 다음 일정으로 한적한 휴식과 불일폭포까지 가벼운 트래킹을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길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차로 갈 수 있는 지리산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의선마을 까지 들어가 보았지만 상황은 쌍계사 입구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펜션이나 민박집을 알아봤지만 방이 없거나 그나마 남아있는 숙소도 환경이 열악했다.

일행들 입에서 푸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칠선계곡에 계속 머물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묵살하고 기여히 산을 넘어온 터였다.
청년시절 보름간 머물렀던 추억이 서려있는 천년 고찰 칠불사를 찾았으나 일행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숙소를 얻기 힘들면 하동으로 가거나 일정을 완전히 변경해서 남해로 빠지는 것까지 고려하고 칠불사를 내려왔다.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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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인근에 숙소를 정하고

산간의 자연부락까지 뒤졌으나 더 이상 지리산 산중의 한가로운 숙소를 얻는 것은 불가능했다.
포기하고 내려오다가 마지막으로 십리 벚 꽃길 개울 건너편 마을로 들어갔는데 다행히 차문화관 뒤편에 있는 시설도 괜찮고 전망도 열려있는 민박집이 있어 이정도라도 감사하게 여기면서 여장을 풀었다.

숙소는 뒤늦게 도착한 피서객들로 늦은 밤까지 북적였고 열대야 현상으로 잠까지 설치고 모기의 습격도 만만하지 않아 전날 묵었던 추성리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아침일찍 만나게될 불일 폭포가 이 모든 것을 만회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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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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