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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숨은벽의 봄
 나종화 객원기자 (발행일: 2011/05/05 21:26:11)

[북한산] 숨은벽의 봄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북한산 숨은벽의 봄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2010년 4월 24일 토요일

" 승객여러분 즐겁고 안전한 산행 하시기 바랍니다."
6 호선 지하철 기관사가 승객들에게 이런 인삿말을 할 정도로 지하철 승객 중 열에 일곱은 북한산 등산객입니다.

강쥐님과 약속한 시간보다 한참 일찍 도착하여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등산객들을 원없이 구경합니다.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등산객들 한결같이 밝고 환한 표정 입니다.
산 친구들을 만나 반갑게 포옹하는 장면도 자주 보이네요.
북한산의 무엇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불러드리는 걸까요.
이윽고 강쥐님을 만나 초 만원 34번 버스에 몸을 싣고 밤골로 향합니다.
단체 산행객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을 피해 물 흐르는 소리가 일품인 색시 폭포. 총각폭포를 포기하고 곧장 능선을 오릅니다.

ⓒ서울포스트

무더기로 핀 진달래의 환한 모습은 경이 그 자체입니다.
바로 엊그제 까지도 혹독한 숨은벽의 북풍한설에 떨고 있던 그 작고 여린 꽃 눈에 어떻게 저리 아름다운 꽃잎들이 담겨져 있을까요.
꽃을 볼 때마다 마음속 주름도 한개씩 펴지는 듯 합니다.

북한산에서 겨울이 가장 빨리 찾아오고 늦게 나가는 숨은벽에 진달래가 피었다면 북한산에 봄이 오긴 온거로군요.

ⓒ서울포스트

산이나 사람이나 만나는 횟수가 거듭될 수록 정이이 깊어지나 봐요.
즐겨 찾는 북한산의 의상능선이나 숨은벽 산 모퉁이의 낯 익은 바위 덩어리나 소나무 한 그루라도 만나면 이젠 오랜 친구인 듯 정겹습니다.

숨은벽 오르는 길섶 여기저기에 노랑제비꽃이 수줍게 피어 있습니다.
이웃님들이 자주 포스팅 하시는 바람꽃이나 노루귀 종류는 아직 실물을 보지 못했습니다.
덕이 부족해서 그 귀한 모습을 볼 수 없나 보네요.

여리디 여린 몸으로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노란 꽃잎을 열고 있는 제비꽃만으로도 올 봄은 감지덕지 입니다.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숨은벽 해골바위를 누룽지를 뜯으며(레이백)올랐는데 왼편 우회로에서 쉽게 들어올 수 있단 것을 이번에야 처음 알게 되네요. 어리석은 사람은 이렇게 세상 싱거운 것도 어렵게 풀어가는 것 같습니다.

해골바위에서 보는 숨은벽의 풍광이 가장 멋지지 않던가요?
그래서 항상 여기서 머물다 간답니다.
천번을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맑은날 흐린날 오전 오후
한 순간도 같은 모습이 아닌 숨은벽은 마치 살아있는 봉우리 같습니다.
그래서 올때마다 감동합니다.

어떤분이 말씀하시길 우리나라 산 10경 중 하나에 속할 것이다.
100% 공감합니다.
이웃님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서울포스트

날씨는 흐릿했지만 숨은벽 끝에선 구름이 참 멋지게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북쪽으로 보이는 도봉산 숨은벽 해골바위에서 바라보는 또하나의 아름다움 입니다.

숨은벽이 숨겨놓은 북한산의 비경
그래서 작년에 첨 만나게 되었던 545봉!
요즘은 여기도 산객들의 밥터가 되었습니다.
홍어냄새 진동하는...

북한산 산행할때 홍어처럼 강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은 가급적 삼가하는 것이 에티켓인것 같습니다.
뒤풀이 할때 드시면 되잖아요.
저도 무지 좋아하거든요.

이제는 워낙에 많은 분들이 찾는 북한산이라 공중도덕이 필요한 곳이 되어버렸어요.

ⓒ서울포스트

빨래판 슬랩에 누군가가 다시 슬링줄을 매달아 놓았네요.
막상 붙어보면 바위결이 까실까실하여 기분 좋게 오를 수 있습니다.
고소감은 좀 있습니다.

빨래판이나 백운대 호랑이굴에서 짜릿한 바위맛을 경험해보고 리지등반이나 암벽등반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오늘은 선뜻 내키지 않네요.
이럴땐 과감히 돌아서는 것이 상수입니다.

비봉 능선 사모바위 인터체인지 만큼은 아니지만 숨은벽 전망대도 이젠 북한산에서 셋째가라면 서러울 유명한 밥터로 자리잡고 말았습니다.

혼자 독차지 하고 앉아 차를 마시면서 봄이 무르익는 산천 경계를 구경했던 것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나 이야기 입니다.ㅎㅎㅎ
숨은벽 리지등반을 준비하는 스무명도 넘는 대부대가 군장(암벽장비)을 착용중이었습니다.
리지등반팀도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몇 년후엔 숨은벽 대슬랩이 미끄럼틀처럼 반질반질 해져서고수들이나 다니는 고난위도 슬랩코스가 되지 않을까요.

ⓒ서울포스트

545봉으로 건너가 바라본 인수리지입니다.
인수리지에서 가장 길다는 45미터 크랙을 오르는 저같은 초보산객이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중인지 선등분과 후등분의 고함소리가 숨은벽 골짜기를 쩌렁쩌렁 울립니다.
" 아이~ 거기 딛지 말고, 다리 펴란 말이야. 그래그래 거기잡고 발 믿고 확 올라서보라구... "
대충 이런 종류의 대화가 아니었겠어요?

이웃님들께 저런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평소에 연습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건데...
아까 전망대 바위에서 준비하서던 분들이 등강기 걸고 단체로 올라가시고 혼자 가시는 분은 후등인가 봅니다.

바위 사면이 저렇게 뽀송뽀송 말라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꽁꽁 얼어있던 바위가 녹으면서 물기를 머금기 때문에 엄청 미끄러운 구간들도 많습니다.

ⓒ서울포스트

풍광이 아름답고 다른 리지에 비해 비교적 쉽다는 이유로 숨은벽은 초보자들의 연습리지 코스로 여겨지더군요.
그렇다고 결코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북한산에서 추락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을 보면 전문 등반가 수준의 등반실력을 요하는 구간이 아니라 누구나 오를 수 있어 자칫 방심하기 쉬운곳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바위길엔
결코 쉬운길
어려운 길이 따로 있는것 같지 않습니다.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겨우내 꽁꽁 얼어있었던 바위가 녹는 이맘때 자칫 낙석이 치명적인 낙석이 발생할 수 있으니 바위 구간에서는 늘 긴장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숨은 벽을 지나 인수봉으로 향합니다.
거기에 또 다른 이웃님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 이야기는 다시 포스팅 하겠습니다.

ⓒ서울포스트

요즘 강쥐님과 자주 여행을 함께 하기 때문에 나눌 얘기가 점점 많아집니다.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다 보니 숨은벽까지 오르는 만만치 않은 된비알도 어느새 오르게 되더군요.
땀을 몇 바가지 흘리긴 했습니다.

참 강쥐님 닉과 닮은 사진 두장 중 한장입니다.
훨씬더 오리지널한 사진은 강쥐님께 있을껄요?
(2010/04/26, http://ecotrip.co.kr)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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