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생연후(我生然後)
시사정치경제 유머와 위트
-SPn 서울포스트, 고일남 논설위원

바둑 격언에 아생연후 살타(我生然後 殺他)란 것이 있다. 나부터 우선 살고 적을 잡는다는 뜻이다.

바둑게임도 아닌데 우리사회는 이 아생연후(我生然後)가 팽배해 있다. 경제계에서는 금융권과 기업 특히 건설업계가 이 아생연후에 빠져있다. 금융권 특히 저축은행들은 건설업계의 PF대출에 강경자세를 취하고 있다. 기간연장을 해주지 않고 상환요청을 하는 것이다. 이에 맞서 건설업계에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는 법정관리라고도 하는데 채권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 해당기업은 숨통이 트이고 관련 금융기관은 곤욕을 치루게 된다. 법정관리를 받으면 2006년이전에는 해당기업주가 경영권을 잃게 됐으나 지금은 법이 개정되어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은 우선 살고보자고 기업회생절차의 개시신청을 하게 된다. 삼부토건이 대표적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이다. 내년 총선에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중앙정부의 결정에 불복하고 대통령에게 반기까지 들고 있다. 또 어떤 의원은 국회에서 자기당의 의사를 거역하며 의안의 통과를 저지시켰다. 본인의 소신이라고 하지만 내면적으론 본인의 이미지를 관리하여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의원은 지역구 출신이라도 판단의 중심에 국익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국익보다는 지역구를 앞세우고 자신의 사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개인이나 일반기업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공기업이나 국회의원들은 아생연후를 추구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존재이유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 논설위원, 교수 (고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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