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 개헌 논의에 앞서
-SPn 서울포스트, 황천우 자유기고가

작금에 불거지는 일부의 개헌 논의를 바라보면 그저 쓴웃음만 나온다. 급기야 점잖지 못한 표현으로 ‘이 사람들이 또 병이 도졌구나’, ‘개헌을 빌미로 무슨 짓을 작당하고 있을까’라는 말이 절로 흘러나온다.

그 밑바탕에는 ‘인간들이 그 모양인데 제도가 무슨 논의의 대상이 될까’ 하는 심한 우려가 깔려 있다. 또한 이 고단한 시기에 개헌에 필요한 정족수도 채우지 못하는 입장에서 나 홀로 개헌을 외쳐대는 그 저의가 무엇인지 강한 의구심이 솟구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굳이 개헌하겠다고 고집 부린다면 그 일부에게, 권력의 출처인 국민의 입장에서 방법을 제시하겠다.

대통령과 관련해서다. 지난 노무현 정권 때는 본인이 못해먹겠다고 했고 이 정권 들어서는 국민들이 여러모로 피곤해한다. 그런데 일단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 실질적인 제어장치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한참 전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언급했던 중간평가제 도입을 검토해 봄이 타당하다.

국회의원과 관련해서다. 면면을 상세히 살피면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권력자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차기에 대한 보장, 즉 공천 문제가 걸려 있어 본인의 의사에 반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한시적으로 대통령과 같은 ‘동일 임기’와 ‘단임제’를 도입해보자. 그런 경우라면 누구 눈치 보지 않고 그야말로 봉사하는 정신으로 열심히 임기 채우리라는 전망이다. 또한 단임으로 끝나게 되니 직위를 이용하여 장난치지도 못하고 말이다.

지금 개헌 논의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 여당은 물론 야당 역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상당히 혼란을 겪고 있는 현실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정치판을 새롭게 정비하는 부분이다.

이 나라 정당정치의 시작은 이승만 정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유당 정권의 부정과 독재에 항거하기 위한 방편에서 야당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민주당이 탄생한다. 당시 윤보선, 조병옥, 신익희, 장면, 유진산 등의 보수 인물들이 그 주역으로 소위 가장 이상적이라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 정당행태와는 거리가 먼 구도였다.

이 구도가 지속되다 서서히 지역간 대립이 심화되고 1987년 실시된 제 13대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완벽하게 지역구도로 정착하여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정상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출발한 정당형태가 세계화시대에 직면해서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지경으로 변화되었다.

이제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건강한 정당정치의 정립을 위해 지긋지긋한 지역주의를 청산하자는 즉 동서 화합을 전재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보자는 이야기로 그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겠다.

지금 우리 사회는 크게 두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원칙을 중시여기는 세력과 기회를 중시 여기는 세력이다. 또한 소수세력, 사회주의에 애착을 가지는 세력도 존재한다. 이를 자세히 살피면 우리들이 항상 부르짖는 구도에 합치된다. 원칙을 중시여기니 보수에 가깝고, 기회 혹은 수단을 중히 여기니 진보에 가까울 수밖에 없을 터다. 또한 소수세력으로 인해 민주주의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 선상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고, 정권을 주고받으면서 원칙과 기회가 아우러지는 새로운 정치판을 구축하자. 이런 경우라면 자연스럽게 동서 화해가, 그를 시발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개헌이고 뭐고는 부수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 소설가, 자유기고가 (황천우)

[NEWStory makes History - 서울포스트.seoulpost.co.kr]
서울포스트 태그와 함께 상업목적 외에 전재·복사·배포 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