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l  로그인  l  회원가입  l  아이디/비밀번호찾기  l  2026.10.26 (월)
 http://www.seoulpost.co.kr/news/14239
[여행기] 거리의 적선
 박근하 기자 (발행일: 2010/10/16 23:58:16)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길을 걷는데 누군가가 따라온다.
나이프의 감촉이 느껴졌다.
“마담..?” (아가씨?)
10랜드(이천원)을 꺼내 준다는것이 만원짜리 50랜드가 흘러나왔다.
“아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겠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는 세계 5대 위험 도시로 꼽힌다는 요하네스버그.
어느 날 거리에서 울린 한발의 총성. 거리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살인 사건, 여행자 숙소를 노린 화재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적정가라는 것이 있으며 이들에게 있어서도 쓸데없이 사람 죽이는 일은 번거로운 일에 속한다.


콜롬비아의 보고타

길을 걷는데 거지 여인이 따라온다.
“도밀! 도밀!” (2000원만 줘요!)
“노 머니 노 머니!” (나 돈 없어요!)
손을 휘휘 저으며 걸음을 빨리 했다.
“일본인이 돈이 없다고? 지금 나랑 장난해?”
술을 잔뜩 마신 여인은 내 뒤통수를 후려 갈기고 씩씩거리며 골목으로 사라졌다. 거리에서 일 없이 맞고 싶지 않다면 남미에서는 그냥 삥 뜯기는 게 속 편한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인도의 기차역

...빤히 바라보는 아이의 눈동자가 너무 귀여워 주머니의 사탕을 꺼내주고 말았다. 아이는 활짝 웃으며 가족들에게 뛰어 돌아가 자랑을 했다.
그것은 여행자의 사소한 부주의였다.
나는 곧 수많은 아이들과 여인들, 거지들에게 둘러싸이게 되었다.
당황한 마음에 더 이상 사탕이 없다고 손을 내저어 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꿈쩍을 안한다.
어디선가 불평 비슷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어느 배낭족이 달려와 내 팔을 잡아 끌었다.
“너 미쳤어? 여기서 적선하다가는 사고 당하기 쉽상이라고!”
고맙게도. 나는 그들 사이에서 잠시 안전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 여행 온 어느 독일인이 있었다.
그는 TV에서 본 아이들의 현실이 가슴 아파 가방 가득 초콜릿을 담아왔다. 빈민촌에서 초콜릿 가방을 여는 순간, 수백명의 아이들이 달려들었다.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고, 독일인도 죽었다.

<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면 정식 단체를 통해 기부해 주십시오.
거리의 적선은 당신도, 사람들도 위험에 빠뜨립니다.>
아프리카에서... 어느 국제기구의 당부 말이다.


중국의 시안

친구들과 또 다시 야시장을 찾았다.
중국인 거주지역의 야시장이다.
전날 친구가 술김에 적선했던 중국 여인이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돈을 받았으니 몸을 팔아야겠단다.
중국어를 못하니 정확한 뜻을 전달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친구는 도망쳤다.
여자는 친구를 향해 욕을 했다.
그녀에게 있어 적선을 받는 것보다 몸을 파는 것이 자존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끔 생각해본다.
내가 거리에서 몸을 파는 아이로 태어났다면 어떠했을까.
돈 몇 푼에 나를 사서 호텔방에서 쉬게 해주는 여행자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존심을 건드리는 오만이다.
그냥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인도의 3000원

“당신에게는 겨우 3000원이지요. 저한테는 아주 큰 돈 입니다.
당신은 혼자겠지만 나는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아홉이나 있습니다.
마담.. 제발요.. 나는 아주 가난합니다."

1000짜리 피리를 3000원에 팔겠다고 바가지 씌우는 인도아저씨.
인도의 힘든 현실에 마음이 살짝 움직였다.
며칠간 피리를 불면서 피리 아저씨를 따라 다녔다.
겨우 3000원을 벌기위해 내가 한국에서 더 죽도록 일했다는 걸 깨달았다.
인도의 현실을 떠나서.. 나는 아직도 그 3000원이 죽도록 억울하다.


어느 여자 여행자가 알아버린 불편한 진실

인도에서는 열 네살의 소녀가 사창가로 팔려간다.
가족들에게 건네지는 돈은 약 25만원. 사회 빈민계층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런 일들은 우리에게나 비극이지 그들에게는 힘든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사람들이 하도 조심하라고 하길래 인도에서 납치당하면 비싸게 팔려가는 줄 알았다.
심야 택시비만 따블로 계산해주고 늙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나는 헐값에 넘겨 진댄다.

아프리카에서 전쟁고아들을 보며 생각했다.
어린 시절을 아련한 행복으로 기억 할 수 있다면 인도 사창가 여인들도 그나마 축복 받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박근하 기자)

[NEWStory makes History - 서울포스트.seoulpost.co.kr]
서울포스트 태그와 함께 상업목적 외에 전재·복사·배포 허용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독자의견쓰기
* 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 등 목적에 맞지않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등록된 글은 수정할 수 없으며 삭제만 가능합니다.
제    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스팸방지            스팸글방지를 위해 빨간색 글자만 입력하세요!
    

 

  게시판모음

서울포스트
 
뉴스소개 | 광고제휴 | 이메일구독 | 공지알림 | 개인정보보호 | 기사제보

신문등록: 서울 아00174호[2006.2.16, 발행일:2005.12.23]. 발행인·편집인: 양기용.
서울시 중랑구 겸재로 49길 40. Tel: (02)433-4763. seoulpost@naver.com; seoulpostonline@kakao.com
Copyright ⓒ2005 The Seoul Post. Some rights reserved. 청소년보호책임자: 양기용.
서울포스트 자체기사는 상업목적외에 전재·복사·배포를 허용합니다.
Powered by Newsbuil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