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계에 부는 바람인 “긍정 트렌드”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다. 간단한 논리로 표현해보자. 긍정을 강조하는 쪽은 모든 어려움과 고난을 만날 때 ‘긍정’이라는 시각으로 보기 시작하면 길이 보이고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반대편은 무조건 ‘긍정 긍정’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데 삶에 ‘고난’이라는 또 다른 트렌드가 없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어느 한쪽만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고난을 통한 내적 성숙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다는 논리로 “고난=축복”이라는 플래카드를 만들고 있다. 그들의 반박에 이해가 간다. 삶이란 산과 골짜기를 함께 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을 긍정과 축복만을 강조한 그림을 강조해서는 안된다. 고난과 역경, 인내도 함께 강조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고난=축복’이라는 등식만을 강조하는 쪽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니 문제점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자기모순이다. 이유는 ‘고난=축복’이라는 등식 자체가 긍정이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 ‘고난 = 축복’이라는 수학적 등식으로 고난을 보는 시각은 다시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표현한다면 “고난은 축복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해야 한다. 그것도 고난당하는 당시에 고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을 이기고 승리한 후에 “지나고 보니 고난은 축복이었더라”고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몇 개월 월세를 못 내 주인에게 봉변을 당하는 사람 앞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눈앞에서 자식이 차에 치는 모습을 본 아버지에게, 신혼 여행가서 갑자기 남편을 잃은 부인에게 ‘고난은 축복이다’는 논리로 이해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최소한 그런 말을 하려면 그렇게 고난을 당했던 사람들이 훗날 성공의 자리에 있을 때 과거를 회상하며 “지나고 나서보니 그 고난도 유익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돗물이 흐르듯 피를 토하는 폐결핵 3기라는 고난 앞에서 죽음을 맛보았다. 피를 토하는 당시에 그 병이 나에게 축복이니 감사하고 기뻐하라고 말했다면 나는 뺨을 쳤을 것이다. 그것은 위로자가 하는 말이 아니다. 같이 울면서 병든 자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합력해 선을 이루시는 분이니 이 질병에도 무슨 뜻이 있을 것이니 기도하며 기다려 봅시다.”라고 말해야 한다.

고난은 유익하지만 고난당하는 당사자의 그 고난의 시간은 ‘고난=축복’이라는 등식으로 대입해서는 안된다. 그런 등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고난이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단지 신앙이 아주 높은 경지의 성숙을 이루면 도사처럼 어떤 고난의 상황에서도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23살 먹은 아들을 한 달 전, 외국에서 잃은 어느 분을 만났다. 나는 그에게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같이 울면서 “이 일을 어찌하나요. 사모님은요?”라고만 물었다. 그 자식 잃은 고난이 축복이니 감사하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분의 사모님은 밤마다 잠을 못 자고 잠이 들어도 금방 깨어나 베개를 잡고 우신다. 그리고 사모님의 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 분은 조용한 시골생활을 계속하신다.

고난은 비밀일 뿐이다. 그런 분들 앞에서 ‘고난=축복’이라는 등식을 만든다면 잔인한 행동일 것이다.어떤 의미에서 삶이 등식화되는 것은 율법이다. ‘고난=축복’이라는 등식은 거룩한 것 같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된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난은 축복을 만들어 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삶은 한쪽에 치우칠 때 문제가 생긴다. 긍정도 ‘치우친 긍정’은 문제를 만든다. 고난도 ‘치우친 고난’은 문제를 만든다. 그리고 한쪽만을 강조하면 반쪽이다. 바른 인생관은 긍정과 고난이 공존하는 삶이다.

나는 폐결핵 3기라는 죽음 앞에서 긍정과 믿음을 말하고 생각하고 주장하는 과정을 통해 질병에서 치유 받았다. 믿음의 말과 적극적인 생각은 분명 힘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모든 것이 축복의 길이었다. 혹 나와 같은 상황에서 질병이 치유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치유를 위해 도전은 해야 한다. 그런 도전 자체가 삶의 성숙을 이루는 축복이기 때문이다. ‘고난=축복’이라는 등식을 기계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고난은 축복을 이루는 과정’이라는 서술문을 사용하자. 고난의 진정한 의미를 알 때까지.......

▣ 칼럼니스트 자유기고가 나 요 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