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소중하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서로 마음에 간직해 두었다가 결정적일 때 만나는 것도 기쁨이다. 그리고 오래 전 만남을 추억으로 간직하다가 다시 만나는 것도 반갑고 즐겁다.

소중한 두 만남을 통해 성숙한 인생벽돌 두 개를 또 쌓았다. 첫 만남은 내 은사이며 선배이신 박의섭 목사님이다. 제28대 해병대사령관에 취임한 이상로 사령관의 고등학교 동창생인 목사님은 섬김을 삶의 철학으로 알고 사는 분이시다. 두 번째 만남은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차장인 서화동 기자다. 불교재단의 중고등학교를 거쳤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불교계를 대변하는 기자다. 그러나 서로 종교적인 이질감이 없는 인생친구이기도 하다. 나는 사람에게서 행복 향기를 맡았다.

박 목사님은 내가 책을 냈다는 소식에 반가워하며 식사약속을 잡아주셨다. 박 목사님은 내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신 분이다. 대학교 시절 비전을 주신 분이다. 성품이 인자하고 겸손하며 사람을 살리는 마음을 지닌 분이다. 오랫동안 독일 선교사로 젊음을 바친 분이다. 그 기간 동안 박 목사님에게 남은 것은 잘 자란 자녀들이다.

아들은 독일에서 의학공부를 마치고 미국 동부지역 병원에 자리를 잡을 계획이다. 딸은 서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고시 1차 합격 후 2차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젊음을 바친 그에게 하늘이 내린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유가 있다. 어려웠던 선교사 시절, 일부 선교사들이 자녀 교육 문제로 독일을 떠났다. 그때 박 목사님은 독일에서 만난 인연을 귀중하게 여겨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켰다. 때를 기다리며 젊음을 바쳤다. 30대를 갓 넘겨 떠났던 아기 아빠가 50대 후반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남은 것이라고는 달랑 두 자녀뿐이었다. 그런데 그 자녀가 보석처럼 아름다운 열매로 지금 이 땅에 서 있다. 젊은 날의 헌신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배웠다.

나는 박 목사님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가난해진다. 섬기는 삶을 사시는 그분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제대로 된 식사 한 번 대접하지 못했다. 박 목사님이 항상 식사를 사시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신다. 그만큼 대접받기보다 대접하는 성격이다.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대접하라는 황금률대로 사시는 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제주도갈치를 먹었다. 식사비는 역시 박 목사님이 내셨다. 그리고 떠나는 내게 어머니 드리라며 포도 한 상자도 선물해주셨다. 섬기러 간 제자이자 후배에게 또 하나의 빚을 지워주셨다. 그분에게서 섬기는 행복향기를 배웠다.

서화동 기자는 10년 전 연을 맺었다가 오늘에야 다시 만난, 추억 속의 사람이다. 10년 전 이스라엘 관광청 초청으로 이스라엘에 갔을 때 만난 인연이다. 오랜 시간의 공백이 있었지만 대면하는 순간 웃음과 반가움으로 포옹하듯이 인사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주름이 좀 생기고 이마가 넓어진 것뿐이었다.

우리는 종교의 담을 넘어 대화를 했다. 담이랄 것도 없었다. 자유롭게, 애정을 품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그에게 행복 향기를 맡은 것은 종교가 다른 사이인데도 나를 위해 마음을 써 준 일 때문이다. 서 기자는 내가 기독교 출판사에서 발행한 신간서적을 소개해 주었다. 나는 종교 차이를 넘어 책 자체로 평가해 준 그에게서 삶의 향기를 발견했다. 전화로 먼저 감사를 표한 내게 그는 오히려 더 큰 지면에 소개하지 못한 것을 미안해했다. 그 말을 듣고 난 감동받았다.

얼굴을 대면하기 위해 내가 신문사를 방문했다. 서 기자는 책 평가부터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자세히 모니터해주었다. 배려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우리는 종교 간 벽을 넘어 자유롭게 대화했다. 역시 통하는 구석이 있다. 자기주장만 내세우지 않고 서로 존중했다. 따뜻한 말과 포근한 미소로 상대방을 대했다.

사람 자체를 존중하고 그 사람의 비전, 가치관, 목표, 생명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성숙한 인격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 속에 있는 또 다른 존재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존중하는 내면의 깊이, 배려하는 깊은 마음에 있다.

우리는 시종일관 사람의 가치와 존중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존중, 배려, 감동, 감사, 격려, 위로 등 사람의 고유한 특질 때문이다. 동물에게는 배려와 존중, 격려와 위로가 없다. 행복한 내면의 코드는 사람에게만 존재한다.

나는 두 분에게서 사람향기를 맡았다. 그리고 사람의 가치를 다시 깨달았다. 행복한 만남은 역시 기쁨이다. 서로 존중하는 만남은 역시 행복이다.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는 만남은 역시 감동이다. 마음이 통하는 만남은 역시 즐거움이다. 서로 존중하자. 서로 이해하자. 서로 세워 주자. 그곳에 행복길이 있나니...

▣ 칼럼니스트 자유기고가 나 요 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