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최고봉 우후루피크. 멀리 보이지만 사진발일 뿐.. 실제로는 2시간 거리라 한다. |
한국인 여행자의 눈에 아프리카 법들은 가끔 속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예를 들어 짐바브웨에서는 외국인들은 짐바브웨 돈은 쓸 수 없고 무조건 미달러로만 결제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 그리고 미달러를 짐바브웨돈으로 환전할 수 있지만 짐바브웨 돈을 도로 미달러로는 환전할 수는 없고 은행에서 카드나 수표로 돈을 찾을 때도 무조건 현지돈으로만 받아야 한다는 법이 있다. 물론 은행에서 주는 현지돈은 실제 거리 환율의 50%도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킬리만자로 등산 관광법이다. 등산객들은 가이드와 2명의 짐꾼, 요리사가 있어야 입산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가이드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짐꾼들이 짐을 들어주고 요리사가 요리를 해줘야 등산을 할 수 있다니.. 그래서 꼭대기에 오른들 무슨 자랑이겠느냐 싶었었지만 남의 나라법이 그렇다는데 내가 어쩌겠는가..
탄자니아의 법에 따라 여행사와 계약을 했다.
 |
| ▲ 등산의 시작부터 한라산보다 높은 해발고도 1970M. 고산병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등산기록이 해발고도를 기준으로 남는다는 것은 뭔가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생각이 든다. |
조그마한 소형 짚차는 나와 3명의 내 팀들을 킬리만자로 입구에 내려놓았다. 킬리만자로 입구는 해발고도 1970M.. 남한에서 가장 높다는 한라산(1950M)보다도 높은 곳에서 등산은 시작되었다.
마랑구(Marangu)루트는 킬리만자로에서 가장 쉽다는 코스로 처음 4일동안은 하루 평균9km (약 4~5시간)의 산책로가 이어지고 마지막 날 새벽 0시에 모래산을 밟아 1200m를 오르고 나면 킬리만자로 정복의 시간기록이 된다고 가이드는 내게 설명하였다.
 |
| ▲ 킬리만자를 오르는 초기길.. 고산지대라 날씨는 서늘한데 얼굴에서는 썬크림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 전문 등산객들이나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나 역시 킬만의 정상을 정복하리라는 목표같은 것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런데 등산을 하다보니까 이건 등산이 아니라 호화 소풍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초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 평원을 1000$(약 100만원)에 계약하고 나서 새로운 장비는 필요 없다는 나의 짜증과는 달리 여행사는 방한복에 등산화까지 모두 내게 대여해 주었고 등산로에서는 귀찮아 하는 나를 위해 점심 도시락과 물도 직접 들어 주었다.
요리사는 날마다 볶음밥, 피자, 토스트, 죽, 과일 등의 근사한 서양 식사들을 내놓았다, 포터들은 6일간 등산객들의 모든 짐을 직접 들어주었으며, 가이드는 아침 저녁으로 세수대야에 뜨거운 물을 담아 산장 앞에 놓아두었다.
정상까지 업어달라는 농담을 했더니 실제로 가이드들은 종종 등산객들을 킬리만자로 정상까지 업고 올라간다며 웃으며 대답했다. 누가 보아도 고산병만 아니라면 정상에 오르지 못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어보였다. 4일째 되던 날은 고산지대 적응을 위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주변산책만 했을 뿐이었다.
사실 나는 이미 심각한 졸음 현상을 겪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것이 고산병이라 생각하는 듯 했다. 등산을 하는 동안 물을 충분히 마시라는 가이드의 충고를 무시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졸음의 근본적인 원인은 고산병이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지여행을 다니는 한국인 여행자들의 정보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고산병을 잘 겪지 않는 듯 했었고 무엇보다도 내 졸음 현상은 킬리만자로를 등산하기 전부터 무리한 아프리카 여행에서 조금씩 그 증상이 보였었기 때문이었다.
 |
| ▲ 잠시 쉬고있는 사이에 찰칵~ 짐꾼들을 사야하는 것이 좀 우습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어차피 내 힘으로는 6일치 식량을 들고 등산한다는 것은 무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곤한다. |
어쨌든 마지막날 새벽 0시에 시작된 킬리만자로 최고봉의 등산.. 3명의 내 팀 멤버들은 가이드와 함께 높이 올라가버렸고 내게 남겨진 꼬맹이 가이드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게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나는 체력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걸을 때마다 호흡이 차면서 심장이 심하게 고동친다. 살아오면서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건만 처음으로 내 심장에 대한 연민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쏟아지는 졸음을 찾을 수 없어서 나는 몇 번이나 쉬어가자고 요구했었고 걷다가 졸아 몇 번이나 넘어지곤 하였다.
해가 뜬지 한참이 지나서야 킬리만자로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봉우리 길만스포인트(5685m)에서 먼저 올라간 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이드는 함께 갈 것 인지를 물었었지만 나는 결국 꼭대기에서 한바탕 토해낸 후 최고봉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좀 쉬고 있으니 심장은 멀쩡하게 돌아왔었지만 몰려오는 졸음에 내 다리는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 꼬맹이 가이드는 왜 그리도 짜증을 심하게 내던지..
 |
| ▲ 구름위에 살고 있는 기분~ 커다란 새들이 날아다닌다. |
뒤돌아 생각해 보건데 나는 그날 가이드에게 내가 혼자 힘으로 정상에 오르게 된다면 두 배의 팁(2만원)을 주겠다고 선포했었어야 했다. 탄자니아 말단 공무원 월급이 2만원이라 들었었고 그날 내가 천천히 걷는 것이 허락되었었다면 나는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급경사였던 길만스포인트까지의 길과는 달리 우루후피크까지의 길은 210m높이 차이로 2시간 동안의 산책로였을 뿐이었는데.. 하지만 그날 내 머리는 피로인지 졸음병인지에 밀려 어떠한 상황판단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해발고도 5685m의 길만스포인트. 내 팀들은 정상 오르기에 급급했겠지만 난 여기서 느긋하게 우웨에에엑~! 영역표시 하고 돌아왔다고 스스로에게 가끔 억지를 부려보곤 한다. |
그리고 이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는 내 킬리만자로 등산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지난 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