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신선이 된 천하의인 '물계자'
날로 진화하는 병역비피의 수법과 청문회에서의 벗겨지는 추악한 모습들... 가슴이 먹먹
-SPN 서울포스트, 임동주 서울대 교수
서기 322년 신라 홀해왕 13년의 일이다. 골포국을 위시한 포상팔국(浦上八國)이 연합군을 조직해 가락국을 공격했다. 이당시 가락국은 해상 교역을 통해 얻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군사력을 키워 가야지역의 맹주 안라국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백제를 등에 업은 안라국이 그 꼴을 볼 리 없었다. 안라국은 포상팔국 즉 해안의 여덟 나라를 총동원했다. 가락국의 운명은 풍전등화였다.
홀해왕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서남부의 정세를 보고 이제 가야를 수중에 넣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왕은 이찬 급리에게 군사를 주어 가락국을 구원하게 시켰다. 급리가 도착해 보니 연합군의 군세가 만만치 않았다. 장군들도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고개를 수그리고만 있었다. 그때였다. 물계자라는 군졸이 불쑥 나서더니 대장 급리에게 말했다.
“팔국의 연합군은 비록 수는 많지만 서로 생각이 다릅니다. 그러니 용맹한 군사를 뽑아 돌격대를 조직해 적진 한가운데를 치게 하면 놀라 우왕좌왕할 것입니다. 이때 전군(全軍)을 투입하면 저들은 뿔뿔이 달아나게 될 것입니다.”
“한갓 무명소절(無名小卒)이 장군들이 모여 중대사를 논하는 자리에 감히 끼어들어 주둥이를 놀리는구나. 네 목숨이 아깝지 않단 말이냐?”
급리는 창을 들어 물계자를 찌르려했다. 좌우에서 극구 말리는 바람에 물계자는 그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급리는 화가 풀리지 않아 씩씩거렸다. 하지만 다른 장수들은 물계자의 생각에 찬동하여 급리를 설득 자원병으로 별동대를 조직 연합군의 정 중앙을 공격했다. 연합군은 뜻밖의 공격에 흩어지고 말았다. 이때 물계자가 큰 수훈을 세웠다. 그러나 물계자를 시샘했던 급리는 그에게 어떤 상도 내리지 않았다. 주위에서 물계자를 동정했다.
“자네가 가장 큰 공을 세웠는데 분하지 않은가?”
“공을 자랑하고 이름을 구하는 것은 지사(志士)가 할 일이 아니다. 나는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주위 사람들은 물계자의 인품에 크게 감복했다.
3년 후 골포국이 다시 쳐들어 왔다. 이때도 물계자가 나서서 신라군을 위기로부터 구해 줬다. 하지만 그에게 내린 것은 겨우 미관말직뿐이었다. 주위에서 말이 돌자 물계자는 거문고를 메고 사체산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 곳에서 거문고를 뜯고 곡조를 지으며 살면서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전해 내려오는 말에 따르면 물계자는 도를 깨달아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예수님은 ‘왼손이 하는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고 말했다.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은 국민된 도리로 당연한 것이다. 상을 주면 받는 것 일뿐 상이 내리지 않는다고 조국을 원망할 수는 없다. 자기의 이익에 혈안이 되어있는 요즘 세상에 물계자의 큰 생각과 행동은 가슴을 크게 두드린다.
▣ 서울대학교 교수, 우리나라삼국지 저자
(임동주)
[
NEWStory makes
History -
서울포스트 seoulpost.co.kr]
서울포스트 태그와 함께 상업목적 외에 전재·복사·배포 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