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인간에게는 복수의 에너지가 내재.. 용서와 사랑의 실천이 힘들다
-SPN 서울포스트, 임동주 서울대 교수
서기 262년 신라에서 첨해왕이 승하하자 김알지의 후손인 미추가 제13대 왕으로 즉위했다. 이때부터 박(朴), 석(昔)씨가 아닌 김(金)씨도 왕위를 이을 수 있게 되었다. 미추왕이 등극했다는 소식을 들은 왜왕은 총신 갈나고를 사신으로 보내 축하의 뜻을 전했다.
15년 전의 일이다. 갈나고는 첨해왕 시절 신라에 사신으로 온 적이 있었다. 그 때 그의 태도는 방약무인했다.
“우리가 신라를 함락시키지 않은 이유는 우리 왕이 너희 신라를 불쌍히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의 명령을 듣지 않는 다면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자 신라 서불한 우로는 갈나고의 뺨을 때리면서 크게 꾸짖었다.
“목숨을 온전히 보존하고 싶으면 썩 물러가라. 조만간 내가 군사를 이끌고 너희 나라에 가서 왜왕을 붙잡아 염전의 노비로 삼고 왕비로 하여금 요리하는 하녀로 삼겠다.”
이에 앙심을 품은 갈나고는 다시 군사를 이끌고 신라에 와 우로를 화형에 처한 적이 있었다.
우로의 아들 홀해는 금성에 온 갈나고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홀해는 왕의 허락을 받아 갈나고를 술에 취하게 한 후 마른 장작더미에 올려 똑 같은 방법으로 불에 태워 죽였다. 사신 갈나고가 신라에서 죽임을 당하자 왜왕은 복수하고자 군사를 크게 일으켰다. 하지만 미추왕은 예전의 나약한 첨해왕이 아니었다. 미추왕은 즉시 군사를 보내 다시는 쳐들어올 엄두가 나지 않게 왜군을 모조리 도륙했다.
신라의 왕이 미추에서 유례왕으로 또 기림왕으로 바뀌었지만 신라와 왜와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였다. 기림왕이 후사가 없이 죽자 우로의 아들 홀해가 덕망이 높고 백성들을 사랑하는지라 백관의 추천으로 왕위에 올랐다.
홀해왕은 선정(善政)을 베풀었다. 신라는 나날이 발전했다. 그러자 갈나고의 죽음 이후 한동안 신라와 소원했던 왜왕이 사신을 보내 혼인을 청했다. 이제 옛날 일을 잊고 다시 평화롭게 살자는 뜻이다. 홀해왕도 구원(舊怨)을 잊고 순순히 응했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그러니 여기쯤에서 저들의 화친을 들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홀해왕은 아찬 급리의 딸을 왜에 시집보냈다. 이리하여 신라와 왜와의 관계는 다시 회복되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얼마 전 서거한 김대중 대통령도 박정희 대통령의 영애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전두환, 김영삼 대통령과 화해를 했다. 통 큰 일이다. 복수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선에서라도 종결되어야 한다.
▣ 서울대학교 교수, 우리나라삼국지 저자
(임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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