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75세 된 '해리'란 이름의 거북. 현존하는 거북으로 최고령이며 남아메리카 갈라파고스 군도가 고향.

지구상에 사는 생물 중 거북은 오래 사는 동물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십장생에서 보자면 거북은 만년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북 중에는 100년 이상이 사는 것이 있으며,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장수하는 무리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애완용 육생 종에서 특히 오래 사는 경우를 볼 수 있으며, 거북이 처음 사육하던 사람보다 장수하는 경우에는 그 거북에 대해 정확한 기록을 얻기가 더 힘든 편이다. 100년정도 사는 거북은 주로 코끼리거북이나 바다거북 같은 덩치 큰 녀석들이다.

기네스북에 의하면 1773년 영국의 탐험가였던 제임스 쿡 선장은 통가왕국 왕실에 '투이 마릴라'란 마다가스카르 거북을 선물했다. 이 거북은 왕실의 보살핌 속에 1965년까지 살다가 죽었다고 한다. 무려 192세 넘게 산 것이라고 한다. 기네스북에 정식으로 기록된 가장 오래 산 거북이다.

또, 오래 사는 것은 코끼리거북이 있는데, 180세 정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양의 알다부라 섬에 사는 코끼리거북이 152년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동물원의 공식적인 사육기록에는 아마존강에서 사는 악어거북이 58년 10개월, 남생이가 24년 3개월, 붉은 바다거북이 33년, 나일자라가 37년이라는 기록이 있다. 문헌에 의하면 1766년, 프랑스의 탐험가인 마리오에 의해 세셸 제도에서 모리셔스 섬으로 옮겨진 코끼리거북은 200세였다는 기록도 있다. 결론적으로 코끼리거북의 수명은 150-200세 정도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거북은 오래 사는 것일까? 그것은 거북이 느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빠르고 급한 동물은 수명이 짧다. 맹수인 사자와 호랑이의 수명은 야생에서 10-15년 정도이다. 사육을 받아도 20년을 못 넘긴다. 그나마 사육 받는 맹수가 몇 년 더 오래 사는 것은 빠르게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느린 나무늘보는 얼마나 살까? 수명이 12년 정도다.그렇다면 예외가 있는 것일까? 아니다. 나무늘보는 육상에서는 느리지만 물 속에서는 무척 빠르다. 나무늘보는 빠른 동물이다.

사냥을 위해, 도망을 위해 빠르게 살다보면 짐승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사람이나 짐승이나 모두에게 독이다. 느리게 사는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빠르게 사는 것은 디지털이다. 반대로 느린 것은 아날로그다. 디지털 세상은 눈만 껌벅이면 다른 것이 나온다. 속도가 재산이고 속도 전쟁을 하는 것이 디지털 세계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느리게 사는 것이 지혜인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에 적용해서는 안된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물에 빠졌을 때, 돌이 날라 올 때, 차를 멈춰 설 때 느리다가는 낭패를 본다. “동작 빨라”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느리게 살라는 충고(?), 즉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라는 것은 여유를 가지라는 말이다. 생각할 시간, 고민할 시간, 분석할 시간을 갖고 한 박자 느리게 가라는 말이다. 그래야 선택의 길에서 실수가 적어진다.
앙드레 지드는 이렇게 말한 글귀가 생각난다.
“사람이 바른 선택을 하려면 선택하려는 그 하나만을 볼 것이 아니라 선택에서 제외되는 나머지를 살펴야 한다.”

세계적인 테너가수인 파바로티는 어릴 때부터 음악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빵장수를 하던 아버지는 아들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청년기를 거치면서 파바로티의 관심은 오히려 교육에 쏠려 대학에서도 교육을 전공하게 된다 졸업 때가 가까워지자 파바로티가 진로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그는 내심 성악과 교육을 동시에 붙잡고 싶었던 것이다. 마음이 분주해졌다. 욕심이 생겼다. 그때 아버지가 파바로티의 방에 들어가 방안에 있던 의자 두개를 멀리 떼어 놓은 뒤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의자 위에 동시에 앉으려면 너는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의자에 앉으려면 반드시 한 의자를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은 네 자신이 해야 한다."

결국 청년 파바로티는 오랜 시간 심사숙고한 끝에 성악을 선택했다. 서둘러 진로를 망치지 않았다. 어떤 길이 더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우리도 생각하자. 고민하자. 쉽게, 급하게, 빠르게 달리지 말고 마라톤을 하자. 적당한 속도로 페이스를 유지해 가며 주변을 살피며 달리자. 거북이처럼 달리고 기어가다 보면 인생철학 학위를 받게 될 것이다. 오늘도 느리게 살자.

▣ 칼럼니스트 자유기고가 나 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