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스트 이종납 칼럼니스트=] 친박의 숙주(宿主)나 다름없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월9일 국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안이 통과되어 대통령 권한 중지와 동시에 친박의 정치생명도 사실상 시한부인생에 들어갔다.

그간 자기만의 정치철학이나 비전을 갖고 있지 못했던 친박은 ‘박근혜’라는 인물의 인스탄트식 인기에만 영합, 정치적인 세를 형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 ‘이끼’와도 같은 존재였다.

박근혜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친박은 정치철학이나 비전은 고사하고 인맥정치, 의리정치만을 일삼는 퇴행된 모습으로 우리 정치를 퇴보시킨 결과만을 낳았을 뿐이다. 그런만큼 친박은 이제 폐족을 넘어 ‘멸족’되어야 한다, 완전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노’도 한때 ‘폐족’으로 내몰려 멸문지화(滅門之禍)를 겪었지만, 노 전 대통령에게는 자신만의 정치철학과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에, 친노세력은 그 맥을 이어 오늘날 화려한 정치적인 부활을 꾀할 수 있었다.

그 이면에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 현 충남지사같은 인물들이 스스로 ‘폐족’임을 선언하며 자기비판을 하는 등 정치권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진지한 자성의 모습을 보인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친박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따른 7차례 이상의 대규모 촛불집회와 국회의 압도적 찬성으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됨과 동시,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석고대죄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 탄핵안이 현재 헌재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이미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신성한 권력을 부여해준 그 국민으로부터 완전 폐기처분된 정권이나 다름없다.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는 헌법을 준수해야 하지만 민심의 향배가 더 중요하다. 국민대다수가 이미 불신임한 정권은 더 이상 국민의 이름으로 정치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숙주가 부패한 이상 이쯤되면 이정현 대표는 애궂은 새누리당 비주류에 총부리를 겨누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릴 게 아니라 석고대죄와 함께 친박해체를 선언하고 백의종군을 자청해야 한다.

친박의 좌장이랄 수 있는 서청원, 최경환 등도 스스로 ‘폐족’임을 고백하고 정계은퇴 내지는 이에 준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뿐아니라 친박 의원들도 전원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치권에서 물러나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친박이 또다시 얼렁뚱땅 당명을 바꾸고 간판을 바꾸고, 차기 대선에 후보를 내겠다는 망상은 버려야 한다. 멸족, 퇴출되어야 할 이 세력에 기대어 대권출마를 꿈꾸는 자가 나와서도 안될 일이다. 그리고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다시는 우리 친박같은 정신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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