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이 대세
질문에 답한 10명의 전문가 중 8명이 올여름 패션의 키워드로 하얀색을 꼽았다. 봄에 한때 분홍이 주목을 받는 듯하더니, 대세는 흰색으로 확실히 기운 듯하다. 지난해에는 상대적으로 화려한 색상과 꽃무늬 등이 부각되었던 점에 비하면 올여름의 색상은 하양으로 가면서 훨씬 차분해졌다. 순백색부터 밝은 크림색까지 흰색 계통의 정돈되고 깨끗한 색이 주류를 이루었다.

허진영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봄부터 화이트 재킷과 블라우스 등의 선호가 뚜렷하면서 이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남성복에까지 영향을 끼쳐서 남성 셔츠의 경우에도 투명한 민무늬의 하얀색이 인기다. 여기에 흰색과 동반하는 색으로는 푸른색 계통이 주목받고 있다. 유수연 〈한국섬유신문〉 부편집장은 그밖에 활동적이고 정열적인 느낌을 주는 붉은색 계열도 월드컵의 인기를 타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끌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노출 패션
여름에는 노출이 아무래도 많지만 이 경향은 올해가 더욱 뚜렷하다. 미니스커트는 90년대 중반에 폭넓은 인기를 끈 뒤에 10년을 돌아 화려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미니스커트 중에서도 초미니 스커트가, 원피스도 치마가 짧은 미니 원피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무릎 위로 한참 올라온 치마 아래 입을 수 있는 레깅스도 덩달아 자주 눈에 띈다. 과감한 탱크탑이나 핫팬츠 등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재도 얇아서 속이 비치는 시폰이나 리넨 등이 인기다. 동대문 헬로우 에이피엠 건물에서 여성복을 파는 이향선 사장도 “고객들이 몸매를 내보이면서 건강한 섹시미를 드러내는 옷 종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로맨틱 룩
표현은 조금씩 달리했지만, 올여름 옷에 과감하고 화려한 장식이 어느 해보다 많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치마와 셔츠, 블라우스, 원피스 등에 낭만적인 효과를 낸 다양한 장식과 주름이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 같으면 촌스러울 정도로 커다란 리본과 레이스도 과감하게 시도되고 있다.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과장은 “색은 지난해에 비해 차분해졌지만, 디테일은 반대로 화려하면서 꾸밈이 많아졌다”며 “공주 드레스 같은 옷도 자주 눈에 띈다”고 말했다.

윤원정 앤디 앤 댑 이사는 “플리츠라고 불리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주름이 스커트나 블라우스, 원피스에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대치동 스텔라 의상실 강명희 사장과 김윤선 모델 역시 레이스에 뚜렷한 선호를 보인 몇몇 상표의 예를 들며 이 현상을 올여름 여성복의 열쇳말로 꼽았다.

마린 룩
올여름에도 본격적으로 더위가 오면 두가지 색을 번갈아 사용하는 줄무늬 옷이 여전히 인기를 끌 듯하다.
흔히 ‘마린 룩’이라 불리는 이 무늬는 시원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여름에 자주 원피스과 재킷, 가방 등에 애용된다.
이영은 마인드 브릿지 디자인실장은 “로맨틱한 스타일의 옷과 함께 지중해 요트 클럽을 연상시키는 줄무늬가 올여름의 주요한 패션 경향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줄무늬와 함께 속칭 ‘땡땡이’로 불리는 물방울 무늬의 옷들도 꾸준히 인기를 얻을 것으로 봤다.

스타일리스트 최혜주씨 역시 50, 60년대의 복고적인 ‘리조트 룩’ 스타일이 여름 옷 시장의 한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