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스트 오광오 기자=]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4%로 추락했다. 그간 박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해 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통령에 대한 언급 없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빌붙어’ 친(親)정부 성향을 보인 한기총은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최순실 게이트의 관련자를 엄중하게 처벌할 것과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가 힘을 잃으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기총의 설립은 “정부나 사회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자”는 목적?
애당초 개신교 보수연합단체인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모든 교단을 하나로 묶어서 정부나 사회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한기총은 그 역사를 보면 정권이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편 들어주기’와 침묵으로 일관했고 또한 많은 교단, 교파로 나뉘어 각자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어 과연 정치개입이 종교인의 소명이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20조 제1항과 2항에는 각각 ‘종교의 자유’와 ‘국교를 부인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한기총은 보수 정권이 지속될 때마다 친정부 성향을 보이며 종교적 중립성을 잃고 권력에 유착했다.

◆한기총 대표 목사들, ‘국가조찬기도회’서 대통령 맹목적 찬양
‘으뜸인 가르침’이란 의미를 지닌 종교를 부패시키고 타락케 만든 대표적인 예가 ‘국가조찬기도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교파를 초월한 기독교계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자는 조찬 모임에서 비롯됐지만 대통령을 찬양하는 자리로 전락했다.

지난 3월 박 대통령이 참가한 제48차 국가조찬기도회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세계여성 정치인들의 외모를 비하하며 박 대통령에게 아부했고, 2014년에는 김삼환 목사(명성교회)가 “박 대통령님은 가정이 없다. 오직 대한민국이 가정이다. 대통령님은 이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이 정신, 경제, 미래과학의 3요소를 잘 안배하시리라 믿습니다”라며 칭송하기도 했다.

제헌국회에서 이승만 임시의장의 제안이 시초가 된 조찬기도회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6년 ‘대통령 조찬기도회’에서 1968년에 ‘국가조찬기도회’로 공식 진행됐다.

당시 고 김준곤 목사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우리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라며 찬양했고, 10월 유신 이후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김 목사는 “10월 유신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기어이 성공시켜야 하겠다”며 독재정권을 축복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러한 ‘정교유착’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1980년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다. 기도회에선 개신교 목회자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켜 광주 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한 전두환을 칭송했으며, 특히 한국 기독교의 원로였던 정진경 목사는 “어려운 시기에 국보상임위원장으로서 사회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표현했다.

이에 광주대 한규무 교수는 ‘국가조찬기도회,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논문을 통해 “‘조찬’은 단순한 ‘아침밥’ 이상의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아침밥’ 한 끼 하는 그 자리가 불의한 위정자를 칭송하고 축복하는 자리였다면 과연 ‘밥값’이라도 했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독재정권 시절 국가조찬기도회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던 이유는 참 말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소망교회 장로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통성기도’를 해 큰 논란을 낳았다. 당시 한기총 회장이었던 길자연 목사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도록 했는데 일각에서는 “한국교회의 권력화를 보여주는 행사로 퇴보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비판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본래 ‘나라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자’는 의미가 점차 교회 지도자들이 정권과 거래하는 자리로 변질돼 가고 있다. 또한 한기총은 태생부터가 정부나 사회에 한 목소리를 내자는데 합의하며 권력에 유착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제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하도록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일’이란 뜻의 소명(召命)의식을 가지고 정교유착의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야 할 때란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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