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우리 가족이 피서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이다.
새벽 6시 이전에 떠나기로 하였는데, 새벽에 접어들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출발을 예정한 6시경에는 주룩주룩 비가 내려서 출발을 하기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얘들아, 아무래도 비가 내려서 가기 어렵지 않겠니? 그만 두기로 하자."
이렇게 하고나서 집에서 머무를 생각으로 포기하고 있는데 점차 날씨가 개어 가는 것이 아닌가?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한 것이어서 일단 나서기로 날을 받았고, 또 아이들의 휴가 기간이 있으니 잘 못하면 바닷가에 한 번 가보지 못하고 휴가철이 끝날 수도 있겠다 싶으니 마음이 갈등이 일어 났다.

컴퓨터에서 일기예보를 보면서 이곳의 기상과 우리가 가기로한 월하성갯벌체험장 부근의 날씨를 보니 이곳은 소나기가 내리고 그치지만 충청도 지방은 이미 이슬비가 그친 것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얘기들이 오가고 9시쯤에 떠나자고 합의가 되었다.

포장제로 만들어진 모래 보호시설-- 모래의 소통을 막아 자갈밭으로 변해

포기하고 늦장을 부리다가 부랴부랴 모두들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선 것은 9시 40분경이었다. 차라리 출근 시간이 지났으니 더 나을 거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었지만, 막상 서해안고속도로를 접어들려는데 막히기 시작한 길을 뚫릴 줄을 모른다.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조차 부분부분이 막혀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태안쯤에 이를 무렵엔 이미 오후 2시를 넘기고 있었다.
도저히 갈 수도 없겠거니와 가보았자, 이미 밀물이 시작된 시간이니 소용이 없는 시간이었다. 부득이 가다가 가까운 안면도 첫들머리에 있는 백사장해수욕장으로 방향을 바꾸어서식당을 찾아 들어가니 벌써 3시가 되었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은 상태에서 배들이 고파 허겁지겁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갈길이 걱정이었다. 일단은 해수욕장이라는 곳을 가보기로 하고 해변으로 달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해수욕장이 그렇듯이 이곳 역시 해안 사구를 보호한답시고 해안에 호안 공사를 해두었다. 그랬으니 모래가 다 씻겨 내려가고 백사장이란 이름에 걸맞지도 않은 자갈밭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이 답답한 사람들 이런 백사장을 살린 답시고 커다란 모래 포대를 만들어서 모래가 더 씻겨 내려가지 않게 둑을 만들었다. 그러니 사구와 바닷가가 소통이 안 되고 그러다 보니 해안은 남을망정 바닷가의 백사장은 점점 더 모래가 없어지고 말았다. 이제 절반 가까이가 백사장이 아닌 자갈밭으로 변해 버린 백사장 해수욕장이었다.

석양빛이 물들기 시작하는 일몰 절경의 백사장해수욕장

인간이란 참 답답한 동물이다. 자기 욕심에 그렇게 이용을 하고 자기 편리하게만 생각하고 이용하려 하였지, 자연의 섭리, 자연의 변화, 자연스러운 자연을 그대로 두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변해버린 자연을 자신들의 힘으로 복원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인간이다. 손을 댈 수록 망가지는 것을 자꾸만 손을 대서 고쳐 보겠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인가? 먹어서 배탈이 나면 굶으면 나을 것을 또 소화제라는 것을 먹는 악순환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자연을 복원하려면 가만히 자연에게 맡겨 두어야 한다.

한강에서 멱감고 모래찜질하던 시대가 얼마나 오랜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한강을 멋지게 만들겠다고 보를 막고 물을 가두어 수심을 깊게 만들어 놓으니 수상 레져를 즐길수 있다고 좋아들 하였다. 그러나 물고기들은 변해버린 물길, 모래바닥이나 자갈밭, 그리고 물이 쏱아져 흐르는 곳이 없어지자 알을 낳을 곳을 잃게 되었고 생존 할 수 없는 강이 되어버렸지 않은가? 그래도 자연은 스스로 복원을 해가고 있는 것이 바로 밤섬이다. 떠내려온 모래들이 모이고 쌓여서 모래톱이 되고 점점 섬이 되면서 섬 주변의 모래톱은 물고기들의 산란장으로 조금씩 삶의 터전이 되어 가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은 자연에게 맡기면 자연 스스로 복원을 하도록 놔두어야 한다. 그런걸 억지로 다듬고 고치겠다고 망가뜨려 놓고 복원을 한다고 아무리 몸부림을 쳐 보아도 복원을 커녕 점점 더 망가져 가는 것이 자연이다.

섯부른 보호시설로 자갈 밭이 되어버린 해수욕장

이렇게 망가뜨려 놓고 나서는 이제 그 멋진 해안의 해송과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던 옛 모습을 찾을 길이 없어진 이곳에 연수원이네 유스호스텔이나 지어서 분야하거나 영업하게 만들어 놓고 일반인들에게는 이곳은 잊혀진 곳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행정기관이 참으로 어리석어 보였다.

일반인들의 출입을 아예 출입을 막을 작정을 한 것인지? 아니면 유스호스텔이나 숙박업소만 이용하라는 것인지, 공중화장실 조차 폐쇄 해버린 백사장해수욕장 그래도 버젓이 안내 지도에는 버젓이 해수욕장으로 안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가본 백사장해수욕장은 해수욕장이 아니라 폐허였다고 해야 옳을 지경이었다. 참으로 좋은 경관을 가진 곳을 인간이 망쳐놓고 아주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폐허나 다름없는 곳 그곳이 백사장해수욕장이었다.

이 멋지고 좋은 여건의 해수욕장을 망쳐 놓은 사람들은 하루빨리 해안에 설치한 호안 공사를 파 버리고 자연에게 맡겨서 자연의 힘으로 다시 복원된 백사장해수욕장을 천혜의 해수욕장으로 이용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안사구 때문에 안면(安眠) 할수 있었던 안면도의 해안을 왜 사람의 손으로 망쳐 대는 것인지 모르겠다.
참으로 아까운 자연을 망치고 있으면서 그것이 자연을 보호하고 백사장을 보호하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어리석음에서 빨리 깨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모래를 보호한다고 만든 축대가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바닷가에서 두어 시간 놀다가 쓸쓸하게 떠나는 마음은 참으로 서글프기만 하였다. 이 좋은 자연을 망쳐 보린 사람들이 원망스럽고, 잘 간수하지 못하고 이용객들에게도 불편을 주는 지방자치단체에게 원망만을 안은채 돌아오는 길을 나섰다.

(김선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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