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상담]① -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미워해요
너무 많이 아는 초등2년생 불쑥불쑥 나서는 행동에 선생님은 괴로워
-SPN 서울포스트, 김선태 대기자

2005년 한겨레신문에 교육칼럼을 두 달쯤 연재하고 있을 때에 학교 교장실로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파주 용미초등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교장선생님, 저는 울산에 사는 학부모인데요. 요즘 선생님의 칼럼을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고마운 독자님들이 계셔서 즐겁게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께 상담을 드리고 싶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네, 말씀 하십시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제 집 아이가 이제 2학년짜리인데요.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무척 좋아하여서 이미 1,000권쯤은 읽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 보다 조금 아는 것이 많은 탓인지 공부시간에 너무 발표를 많이 한다고 그럽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를 선생님이 아주 싫어하시고 아주 인젠 미워하시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선생님이 미워하신다니 이상하네요. 발표도 잘하고 아는 것도 많다면 아주 우수한 학생인데 왜 그럴까요?”
“글쎄요. 그걸 모르겠어요. 왜 미움을 받아야 하는지......”

도서관에서 책읽기에 열중인 아이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수업을 하던 교사시절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 무엇인가 말썽의 소지가 있기는 있을 텐데, 하면서 순간적으로 판단을 해야 할 문제이었기에 주마등이 아니라 번개처럼 필름을 되돌려 보아야 했다.

“혹시 집에서 아이의 버릇을 좀 물어 보아도 될까요?”
“예? 무엇인데요?”
“혹시 부모님들이 이야기를 할 때라든지 TV를 볼 때에라도 자기가 아는 것이 나오면 아이가 말을 가로막거나 자기 이야기를 하는 편인가요?”
“예? 그...그건 그런 편인데요?”
“그럴 거예요. 바로 그것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아니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 문제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수업 시간에 가만히 교실 뒤쪽에서 아이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한 번 지켜보십시오. 틀림없이 아이가 선생님의 말씀을 가로막고 자기가 아는 것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선생님이 싫어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아는 것이 많아서 발표를 하는데 왜 싫어하시는 것인가요?”
“아마도 아이가 불쑥 불쑥 이야기를 하는 것 때문에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 시키는데 방해가 되었을 것입니다. 경험이 아주 많으신 분 같으면, 아이를 따로 불러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공부시간에 네가 마구 이야기를 해버려서 선생님이 해야 할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아이들은 공부를 할 수 없게 되지 않니? 그러니 아는 것이라도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 조금 참고 있다가 선생님이 발표를 할 사람을 찾으면 그 때에 발표를 해주면 다른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선생님이 가르치는데도 도움이 될 거야. 그렇게 해주지 않겠니?’ 하고 일러서 조심을 하도록 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선생님이 아직은 그렇게 경험이 많지 않으신 분인 것 같은데 그렇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아직 젊은 선생님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선생님께 이런 이야기를 하면 기분 나빠 하실 것 같으니까 말씀드리지 마시고,
우선 아이에게 어머니가 주의를 시키십시오. 그리고 혹시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싶으시면 ‘선생님 저의 아이가 너무 앞장서서 이야기를 해서 수업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나요?’ 하고 여쭤 보세요. 그럼 선생님이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하실 것입니다. 그러면 ‘선생님 그러면 아이에게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말씀해 주세요. 선생님이 주의를 주시면 얼른 고쳐 질 것 같은데, 집에서 늘 주의를 주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네요.“ 하고 말씀을 드리면 선생님도 알아들으시고 조치를 취해 주실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드렸다. 그러고 나서 잊고 있었는데 한 달 쯤이 지나서 다시 전화가 왔다.

“교장선생님, 울산에서 전번에 상담드렸던 얘 엄마예요. 그동안 안녕 하시지요”
하고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선 집에서 아이에게.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못하게 계속 주의를 주면서 가르쳤단다. 바로 그런 버릇 때문에 선생님이 너를 싫어하는데 이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집안에서부터 고치기로 하였더란다. 그래서 일단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한 달 내내 아주 온 집안 식구가 나서서 가르친 결과 이제는 남의 얘기에 끼어드는 버릇을 거의 고쳤단다. 그런 결과로 이제는 수업 시간에 그렇게 함부로 나서지 않게 되었고, 선생님이 더 이상 미워하는 일이 없어져서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모범적인 독서광 어린이

“잘 되었습니다.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우리가 말을 할 때 남의 얘기를 잘 듣지 않으면 상대에게 논리적으로 이길 수가 없는 것입니다. 가장 말을 잘 하는 사람, 남을 잘 설득 시키는 사람은 남의 말을 듣는데 6/10을 할애하고, 3/10은 맞장구를 치던가 추임새를 넣어서 상대가 신나게 말을 하게 해주는 것이며 나머지 1/10이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이랍니다. 그렇게 하면 상대가 말을 하는 동안 무엇이 논리적으로 잘 못 되엇는지 또는 이 사람이 어떤 것을 잘 못 생각하고 잇는지를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다음에 바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 꼭 짚어서 이야기를 해주면 더 이상 반박을 하거나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주장만 내세우면 되는 줄 알고 그렇게 자기 말을 많이 하게 되지요. 그러면 그 상람은 이미 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방법을 늘 가르쳐 주십시오.”
하면서 잘 깨우쳐 주셔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시게 된 점을 축하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많은 교육 경험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퇴임을 하면서 그 동안 써서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서 만든 책의 이름을 [15,325]라고 숫자만을 이용하였다. 그것은 내가 교직에 몸담아왔던 날짜의 수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슨 일이 마음대로 잘 안 될 때에 흔히 하는 말이 <만날 안 된다>하는 말을 쓴다. 여기에서<만날 안 된다>는 사실은 10,000날 동안이나 해보아도 안 된다는 말이다. 10,000날이 얼마나 되는 시간인가? 약 27년이 조금 넘는 날짜이다. 그렇게 만날 해도 안되는 일을 나는 15,325일 동안이나 해 보았지만, 역시 잘 되는 일보다는 안 되는 일이 더 많은 것이 교육이라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15,325] 다음에 <-교육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 라는 부제를 붙였다. 만날 안 된다지만, 난 15,325일 해도 잘 안되는 교육이란 일을 함부로 떠들지 말자는 것이었다.

(김선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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