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한 지하상가 -자료사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30개에 이르는 서울시내 지하도상가의 관리에 있어서 침체된 지하상가의 활성화를 위해 해당 지하상가 전체를 대형 유통업체에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8월3일자 동아일보에 기사화 되었다. 이 내용은 민간위탁을 추진함에 있어 지하상가의 상권을 수십년동안 구축하면서 영업중인 상인을 배제하는 내용으로서 쟁점화 되고 있다.

서울시 산하 지하도상가의 관리를 규정하는 '서울특별시지하도상가관리조례' 제19조(관리의 위탁)에는 '시장은 지하도상가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관리·운영을 서울특별시시설관리공단 또는 민간에게 위탁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며, 금년 4월 26일 전면 개정된 '재래시장및상점가육성을위한특별법' 제65조(상인회)제4항의 6에 의하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장 및 시장활성화구역의 상권활성화를 위하여 위탁하거나 인정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 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시설관리공단이 밝히고 있는 지하상가의 대형 유통업체 민간위탁은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지하상가 상인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내용으로서, 만약 시행이 될 경우 일방적이며 불공정 계약이 될 것으로 서울시내 전체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집단 민원은 물론, 영세자영업자 보호라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계획으로서 향후 정국 운영에 큰 불씨를 안고 있다 하겠다.

공단 관계자는 '일본 오사카의 지하상가는 점포당 평균 면적이 19평인데 서울시 지하상가는 5.5평에 불과하여 규모가 작으며, 전문 유통업체가 점포 임대와 시설관리 등 운영일체를 맡으면 좀 더 쾌적한 분위기의 상권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하면서 명동, 신당, 회현 등을 시범 상가로 민간위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의 지하상가는 대규모로서 지하도시 공간을 구축하고 있으며 상가의 관리 및 운영은 JR(일본 철도청)과 사설 법인 등이 하고있다. 반 이상의 점포가 개인의 소유로서 안정적이며 영구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상인들 자체가 주식회사를 조직하여 상가의 고급화와 안정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천지역의 지하상가 역시 상인들이 법인격의 회사를 만들어 상가관리를 직접하고 있다.

▲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김순직 이사장

이에 반하여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상인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지하상가 상인들의 관련단체인 사단법인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측과 전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침해 할 수 있는 중대한 계획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형 유통업체가 상가 관리를 맡을 경우 전면적인 상가 리모델링을 도모할 것이며, 매장 정리를 실시할 개연성이 높으며 이 과정에 상인들이 내몰리거나 점포를 뺏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하도상가의 점포는 잡종재산이지만, 보도는 행정재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련 공유재산의 처리와 사용을 일방적으로 재벌 위주의 대형 유통업체에 통째로 일임한다는 것은 일종의 재벌 옹호 정책으로서 불순한 목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현재 영등포역, 서울광장, 회현, 소공 등 서울시내 다수의 상가는 전임 이명박 시장이 시민의 보행권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9조를 위반하면서 무분별한 횡단보도를 설치한 결과, 상권의 소멸을 야기시키면서 극심한 경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참여정부 들어서 계속되는 경제불황으로 지하상가 영세상인들은 힘든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형 할인점과 유통매장이 신설되면서 상권의 분산으로 기인한 피해가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유통구조의 대형화, 고급화 과정에서 재벌위주의 경제 성장구조는 지하상가와 같은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대다수 서민들과 상인들은 5.31 지방선거에서 서민을 위하는 정당이라는 구호를 믿고 한나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 출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선거 공약에서 밝혔던 '도심 상권의 부활'이 결국은 대형 유통업체와 재벌을 비호하는 정책으로 귀결됨에 있어서 분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상가의 불황을 마켓팅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개선하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대형 유통업체에 떠 맡기는 정책은 책임을 면피하는 행정이지 상가 활성화와는 전혀 무관한 정책이라 할 것이다. 회현상가를 신세계백화점에, 그리고 명동지하상가를 롯데백화점에 민간위탁을 실시함은 그들이 현재 지방에서 보이고 있는 횡포를 감안할 때, 참으로 해당 상가 영세 상인들은 힘든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시설관리공단이 현재 추진하려는 정책은 기존의 질서를 무시하는 내용이며 지하상가의 발전을 도모하기 보다는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불공정주의라고 할 수 있다. 지하상가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외면하고 단순히 이익 창출과 책임전가의 방식으로 수많은 영세상인을 몰아내려는 것이 서울시의 의도라고 한다면, 이는 내년에 실시되는 대선에 있어서 한나라당은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 예단할 수 있다.

▣ 논설위원 CEO 정 인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