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어떤 이야길 나누시겠습니까
-SPn 서울포스트, 권종상 자유기고가 

우리나라는 추석의 분위기가 한참이겠지요. 지금 귀성길에 올라 있거나, 혹은 이미 귀성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늘 겪어야 하는 교통체증도 겪어야 하는, 그런 분들도 계시겠지요. 

글쎄요, 올해는 아무래도 더 그립습니다. 그런 풍경들이. 안 가봤으면 모르겠지만, 올해 스물 여섯 해만에 다시 우리나라를 찾아봤다는 것은 오히려 그리움의 크기를 더 하면 더 했지 그리움은 작아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 봤던 친구들 얼굴, 그리고 가봤던 곳들 모두가 그리 그립습니다.

예. 올해, 저는 그리운 이들과 만났었습니다.

자, 여러분도 그리운 이들과 만나겠지요. 어떤 이야길 하시겠습니까? 계속해서 밝혀지는 MB시대, 박근혜 시대의 적폐들에 관한 이야기도, 그리고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구태를 피우고 있는 저 적폐 세력의 뿌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셔야겠지요. 귀향길의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각 당의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욕 쳐먹는 자유한국당의 무리들을 보면서 이것이 민심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총선이 왜 3년이나 남았나 하는 아쉬움도 더불어.

얼마 전, 친일파를 청산해야 한다는 제 의견에 어떤 분이 이런 이견을 달아 주셨습니다. 지금 친일파가 어디 있냐고. 글쎄요, 제가 보기엔 분명히 그 친일의 역사를 감추고 그것을 통해 자기의 잘못을 감추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입니다. 그 사람들은 지금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과 그 조상들 아닙니까.

친일한 이들이 저는 일본에 충성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자기 자신에게만 봉사한 이기주의와 기회주의의 화신들입니다. 이들이 '미영귀축'이라고 부르던 그 미국이 한반도에 들어서자 바로 반공주의자, 친미주의자로 변신한 것은 그래서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저 자기들의 이익과 부귀영화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세력이 바뀌자 거기 붙은 것 뿐입니다. 그들의 죄는 일본에 충성한 것이 아니라, 이 땅에 기회주의를 퍼뜨린 죄, 그리고 자기들의 부귀영화를 지키기 위해 진실로 나라를 사랑했던 이들을 핍박하고 같은 나라에서 사는 동족들을 지배자들에 앞서 착취하고 압박한 죄입니다. 

그런 세력들은 세월이 흘러도 계속 이 땅에서 권력을 잡고 있었고, 이들을 청산하는 것, 이들의 기회주의와 민족에 대한 반역을 처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겁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지키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고, 자기들이 쥐고 있는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할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지금 갖고 있는 권력을 이용해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을 방해했고, 정권교체가 명확해지자 사드를 들여와 새 정부가 레버리지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까지도 없애버린 민족 반역 세력들인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사회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적폐의 청산은 눈에 보이는 적폐 세력들을 청산하는 것 뿐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때찌꺼기처럼 붙어 있는, 이들이 퍼뜨려 놓은 잘못된 생각까지도 치워내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 과정이 쉽지 않기에 혁명은 계속 진행형임을 우리 스스로가 먼저 자각해야 하고, 계속해 기억하고, 우리가 가진 유일한 무기인 '한 표'로서 저들을 퇴출해 내야 하는 겁니다.

저들은 힘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기에, 정보도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을 흡수하기 위해 그 당의 자강파를 무너뜨린 짧은 과정을 보십시오. 저들이 정보를 아직도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시도는 '정청래 죽이기'로 계속됐습니다. 물론 정청래 전 의원의 발빠르며 솔직한 대처로 큰 데미지가 없긴 했지만. MB가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도, 그에게 돈과 정보가 있기 때문이고, 그와 함께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은' 세력들의 반혁명 움직임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추석엔 함께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왜 우리가 기억해야 하고 적폐를 청산해야 하는지를. 우리가 더 이상 이기심으로 뭉친 세력, 나라의 미래를 팔아 자기들의 부와 권력을 지키려는 세력을 그냥 두고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길 나눠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지금 적폐청산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또 얼마나 암울할까에 대해서. 이명박근혜 시대 9년을 바라본 소회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의 시대가 얼마나 바뀌었는지에 대해서.

풍성한 한가위 되십시오. 이곳 시간으로 토요일 오후, 저는 아름아름 열은 호두나무와 사과나무 아래를 걸으며 시애틀의 가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긴 연휴가 이어지겠지요. 즐기십시오. 저는 오늘 뭔지 모를 알싸한 공기 같은 그리움이 폐부를 찌르는 것을 느끼며 길을 걷게 될 것 같습니다.

시애틀에서...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권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