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스트 이종납 칼럼니스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훼예포폄(毁譽褒貶)’이 있지만, 단편적인 얘기를 하자면, 박 전 대통령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온 국민에게 심어 가난하기 그지없었던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경제강국으로 견인하는 역동적인 에너지로 만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케네디 전 대통령은 여전히 미국의 영웅적 평가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전후 미 대학 심리학 연구팀이 실험을 한 결과가 흥미롭다. 케네디 암살 전에 뉴욕번화가에 지갑을 떨어뜨렸더니 5명중 4명이 습득신고를 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케네디 암살 후에 한 실험에서는 5명중 단 1명만이 습득신고를 해 왔다고 한다. 이는 박정희나 케네디라는 한 지도자의 존재감에 따라 국민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다. 실제로도 특정 지도자에 따라 민심이 변하기도 한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선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때 국정농단으로 흉흉했던 민심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급속도로 안정되어 갔고, 문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으로 민심이 어느정도 들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축구로 돌아가 보자, 대한민국 축구는 지난 2002년 4강 신화를 이룩한 이후 계속 하강세를 면치 못했고, 올해는 독일출신 슈틀리케 감독 영입. 그의 지휘하에 2018 월드컵 지역예선을 치뤘으나 졸전에 졸전을 거듭, 본선진출이 불투명해지자 감독직에서 해임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을 일궈낸 히딩크 감독

다시 비교적 젊은 신태용 감독 체제로 최종예선 2경기를 치뤘으나 역시 졸전, 운이 좋아서 다른 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월드컵 본선티켓을 쥐는 부끄러운 현주소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축구광뿐만이 아니라 국민들도 현 국가대표 감독이나 선수 수준으로 16강조차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각에서는 졸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 대표팀으로 치르게 될 2018 러시아 월드컵은 포기하고 일찌감치 2022를 준비하자는 얘기가 나올만큼 팬들과 국민들은 엄청난 실망감과 좌절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축구의 구세주나 다름없는 히딩크 복귀론이 쏠쏠 피어오르고 있다. 히딩크 전 감독조차도 ‘축구인생의 마지막으로 한국축구를 위해 무엇이라도 할 용의가 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표시한바 있다.

지금 국민들은 ‘히딩크 복귀’에 무조건 대환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실 현재같은 심각한 축구침체기에 히딩크가 복귀한다고해서 4강은커녕 8강, 아니 16강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4강의 꿈을 이뤘던 히딩크라는 불세출의 명장이 한국축구팀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표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될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히딩크의 마법’을 은근히 기대하며 감동적으로 지켜볼 것이다.

만약에 히딩크가 이끄는 한국팀이 16강에서 탈락하더라도 히딩크라는 한 지도자의 존재감만으로 국민들은 대회기간 내내 고마운 마음으로 월드컵을 즐길 것이다. 또한 한국축구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던 히딩크에 뜨거운 박수를 보낼 것이다. 한 지도자의 존재만으로 지금처럼 흥분되고 감동되는 때가 언제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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